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친 교과서값'/ 출판사들 가격자율화 되자 최고 3배 인상 책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친 교과서값'/ 출판사들 가격자율화 되자 최고 3배 인상 책정

입력
2011.09.22 17:33
0 0

내년부터 시행되는 교과서 가격자율화로 교과서의 가격이 대폭 상승했지만 정작 내용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외형만 화려해져 교사와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비싼 학원비, 참고서비도 모자라 공공재 성격이 짙은 교과서 값마저 올라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만 커질 전망이다.

22일 일선 학교에 전달된 13개 출판사의 검정교과서 희망 가격을 확인한 결과, 대다수 고등학교가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문학 1 교과서의 가격은 8,000원부터 1만3,000원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00원대 후반~4,000원대 초반 가격으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최대 3배 인상된 셈이다.

교과부는 올해 초 요약본 형식에 그치고 있는 교과서의 질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1982년부터 시행돼 온 교과서 공동발행제를 폐지하고 출판사별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종이질 채도 삽화 쪽수 등 책의 외형과 내용 구성이 출판사 자율에 맡겨졌다. 교과부는 교과서 발행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시중의 참고서를 대체할 만큼의 수준 높은 교과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교과서를 받아본 일선 학교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울 해성여고 국어과 최석 교사는 "컬러 페이지가 많아졌고 종이 질이 부드러워지는 등 겉포장은 좋아졌지만 내용만 보면 이전에 사용하던 교과서를 그대로 써도 될 만큼 달라진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 문일고 문학과 윤재선 교사는 "고등학생이 구입해야 할 선택과목을 다 합치면 학부모들이 새 학기 대략 10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전에는 내용만 보고 골랐는데 앞으론 학부모들의 눈치를 보며 가격까지 신경 쓰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공개된 가격은 출판사의 희망가격으로 9월 말 각 학교로부터 예상 주문부수를 집계한 후 물가수준을 고려해 가격 인상폭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과부가 가격을 규제할 수단은 마땅히 없는 실정이다. 교과용도서심의회가 있지만 조정 권고일 뿐 실효성은 떨어진다.

해당 교과서의 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는 내용 심사도 부실하다. 교과부는 현재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검정교과서 심의하지만 교과과정 가이드라인에 부합했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가격 인상에 걸맞게 얼마나 내용과 구성이 개선됐는지 따져보지는 않았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상임대표는 "교과부가 관리감독하던 시절에도 교과서 리베이트 비리가 발생했는데 자율화되면 학교별로 출판사의 로비 경쟁이 한층 가열될 수 있다"며 "결국 교과서 가격자율화는 물량공세로 살아남는 대형출판사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