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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첫날 대혼란/ "노숙에 밥도 거르고 기다렸는데 전산마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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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가지급금 지급 첫날 대혼란/ "노숙에 밥도 거르고 기다렸는데 전산마비라니…"

입력
2011.09.2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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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한 대응이 또 화를 불렀다. 토마토, 제일 등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 예금자들을 위한 가지급금(한도 2,000만원) 지급이 시작된 22일 오전 관련 시스템이 마비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금융당국의 상황 파악은 더뎠고, 실행기관들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조금이라도 먼저 돈을 받으려고 전날부터 해당 저축은행 앞에 진을 치고 끼니를 거른 채 밤을 꼬박 샌 예금자들만 애가 탔다.

이날 사고는 오전 9시부터 인터넷(dinf.kdic.or.kr) 신청자가 폭주한 데다, 예금보험공사와 농협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인터넷 신청 불능, 창구 업무 중단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오전 11시쯤 창구 업무는 정상화했으나, 인터넷은 오후까지도 연결속도가 느렸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의 전산장애가 아니라 예보와 계약을 맺은 중계망이 20분간 다운됐기 때문"이라며 "예보가 서버를 더 늘렸는데 여력이 충분치 못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보 관계자는 "농협 자체의 문제인지, 예보와 농협을 연결하는 망이 문제인지 아직 확실치 않다"는 입장이다.

가지급금은 고객이 인터넷과 해당 저축은행, 대행기관으로 지정된 시중은행 등에서 신청한 내역을 예보에서 농협으로 넘겨주고 지급지시를 내리면, 농협이 해당 금액을 이체해 주는 방식이다. 이번 사고는 지급지시가 예보에서 농협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정이 이런 데다 전날 밤샘 대기하는 예금자들의 모습을 지켜봤으면서도 금융당국은 오후 2시까지 예보의 일방적인 보고만 받은 채 사태 파악에도 나서지 않다가 오후 3시쯤에야 예보 관계자를 불러 상황 브리핑을 했다. 예보 관계자는 "접속 통제장치 점검, 시뮬레이션 등 6개월간 충분히 준비했는 데도 알 수 없는 원인으로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며 "대기 시간 지연이나 정체는 있더라도 서버 다운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노숙까지 감행했던 예금자들은 서버 장애로 가지급금 지급이 지연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 성남시 신흥3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선 자기 차례가 돌아와도 서버장애로 30분 가까이 기다려야 가지급금 신청을 할 수 있었다.

2시간 만에 1,000여명이 5일치 번호표를 받아가기도 했다. 신청 지연이 고객들의 불안심리를 더 자극한 탓이다. 50대 고객은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간 무슨 준비를 했는지 어이가 없다"고 성토했다. 각 신청창구는 오후 들어서야 차츰 안정을 찾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오후 9시까지)에서도 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으니 저축은행 앞에서 줄서기를 할 필요가 없고, 2개월간 신청 가능하니 천천히 받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모회사의 영업정지 유탄을 맞은 토마토2저축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은 이날도 이어졌다. 오후 4시 현재 268억원이 인출(전날 383억원)됐으며, 전체 91개 저축은행의 인출규모는 532억원으로 전날(1,044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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