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죽자" 번개탄 피우고 혼자 도피

동반자살하자고 속여 연인만 죽음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5월 모 회사 본부장으로 일하던 김모(40)씨는 결혼을 약속하고 사귀던 부하직원인 A(26)씨와 함께 A씨의 원룸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시도했다. A씨 집안에서 이들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둘 사이의 관계가 소원해진 사이 A씨가 자살 의사를 내비치자 김씨가 함께 자살하자며 실행에 나섰다. 하지만 김씨는 A씨가 잠든 사이 원룸을 빠져나갔고 A씨는 결국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졌다. 김씨는 "번개탄에 불이 붙을 때까지만 해도 함께 자살할 마음이었는데, 가족이 생각나 포기한 것일 뿐 속인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한창훈)는 그러나 "김씨가 연기를 피하고 원룸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번개탄 불을 끄거나 A씨를 깨우는 등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동반자살을 결의한 사람의 행동으로는 보기 어렵다"며 김씨에게 위계자살결의 혐의를 적용,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남상욱 기자 thot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