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9년 가까이 10억여원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데 이어, 역시 현 정권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도 수백만원대의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은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영준씨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시절 총리실에서 연락이 와 '박 차장이 일본 출장을 가니 접대해달라'고 요청해 일본법인에서 500만원대의 술과 식사 등 향응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박영준씨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총리실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으며, 그가 정권 실세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확한 향응 제공 시기는 밝히지 않았지만 증빙서류를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박 전 차관은 "이 회장을 전혀 모른다.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술 사라는 게 말이 되냐"고 의혹을 부인했다.
이 회장은 또 "신 전 차관이 정권 실세인 K위원장과 청와대 L비서관 등에게 준다며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 때 백화점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위원장은 "이 회장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신 전 차관에게서 뭘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L비서관도 "신 차관과 동년배끼리 뭘 주고받는 사이도 아니고, 신 차관이 (뭘 주고) 그런 사람도 아니다. 뭐 하나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주장도 되풀이했다. 그는 "2002년 사업하는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후 지금까지 10억원 가까이 전달했으며 돈 심부름을 한 사람도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 집 앞과 길거리, 차량에서 돈을 전달했으며 대부분 현금이기 때문에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신 전 차관에게 차관 시절에도 매달 1,000만~2,000만원을 줬으며, 법인카드를 별도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전표 등 관련 증거는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선거조직인 안국포럼에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신 전 차관에 1억원을 제공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청탁이나 대가를 바라고 준 돈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신 전 차관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이야기"라며 "검찰이 수사를 하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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