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탈옥수'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원이 지난달 교도소 수감중에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서 치료중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신씨는 1967년생이라고 하니 44세다. 그가 44년간 살아온 거주지를 정리해 보면 비교적 간단하다. 중2학년을 중퇴 하기 이전 어린 시기에는 홀아버지 빈농가정에서 자랐고, 중퇴 후에 곧바로 절도를 시작해 15세부터 소년원과 교도소를 들락거리다가 22세엔 강도치사로 무기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수감 중에 교도소를 탈옥했으나 99년에 붙잡혀서 현재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아동기 15년과 탈옥기간 2년반만 사회내에서 살았고 나머지 삶의 대부분은 교정시설이 거주지다.
곳곳에 방치된 위기 청소년들
그러면 우리 주위에 다른 '위기'청소년은 없는가. '위기'는 가난한 결손가정출신에, 어린 나이에 학교중퇴하고, 가출해 떠돌며 사는 것이다. 이 아이들은 사회안전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 인생이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보호받고 지원 받아야 한다. 대략 매년 7만명의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매년 10만명의 청소년이 비행으로 사법당국과 접촉한다. 비행청소년 중 하류계층은 6만, 결손가정 출신은 2만, 15세미만자는 4만, 중학교이하 학력자는 3만명 수준임을 법무부 통계가 밝히고 있다. 가난, 가정결손, 학교중퇴, 가출 등으로 인해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이 아이들을 단지 소년원에 보내거나 보호관찰을 받게 한다고 '위기'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적절한 양육과 교육, 그리고 삶의 질이 보장되는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위기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대책인 것이다.
필자는 이탈리아에서 비행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산 파올로' 프로젝트를 접한 적이 있다. 유럽이 통합돼 EU가 된 이후 서유럽국가에서 체포되는 비행청소년의 다수는 동유럽에서 무단입국한 경우다. 소년원을 나가게 되더라도 무의탁 외국청소년들은 안정적인 주거지와 신원보증을 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합법적 취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어 생존형 비행을 다시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토리노시가 주축이 돼 산 파올로 은행은 예산지원을 하고 교육청에서는 청소년지도사와 문화중개사를 파견하며, 청소년단체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청소년쉼터나 그룹홈에서는 숙소를 내주는 등 지역사회내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해 위기에 처한 청소년에게 필요한 보호망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비행청소년에게 '근로장학금'을 주기도 하는데, 그 시행방식이 좀 독특하다. 지역내 소규모 상점이나 공장 등에서 연수업체 신청을 받아 지정된 업소에서 일하는 청소년의 6개월분 급여를 정부가 장학금으로 지급하면서 근로욕구를 북돋워 주는 제도다. 업종은 청소년의 고용 또는 창업이 수월한 피자가게, 목공소, 미장원 등이 많다.
용기와 자신감 불어넣는 시도부터
요즘들어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 사회통합, 공생발전 등 많은 어려운 용어들이 신문지상에 넘쳐나고 있다. 하루하루를 삶의 현장에서 전투같이 살아가는 이들에겐 너무 추상적이고 쉽게 가슴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따뜻한 자본주의의 구현을 위해 대기업 총수들이 출연한 몇몇 장학재단이나 복지재단이 출범하고 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학비가 없어서 못했던 시절엔 장학금만 대주면 스스로 노력해서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양극화가 깊어진 지금의 위기 청소년들은 경제적 자본 뿐만 아니라 성취를 향한 욕구, 태도, 습관 같은 심리문화적 자본까지 뒤쳐진다. 그렇기에 장학금 이전에 '해보고 싶다'는 용기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부터 불러 일으키는 따뜻한 동행이 필요하다.
이명숙 경기대 교정보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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