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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로존 붕괴 가능성 높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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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유로존 붕괴 가능성 높지 않다

입력
2011.09.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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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단일화폐 유로를 사용하는 17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붕괴 전망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의 부진한 개혁, 유로존 '남북' 회원국 간에 위기 타개책을 둘러싼 갈등 등이 쉼없이 계속되면서 붕괴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유럽통합은 원래 평화를 목표로 경제를 수단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통합 과정이 위기 극복의 역사임을 감안할 때 붕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붕괴에 따르는 경제ㆍ정치적 비용도 유로존 유지 비용보다 천문학적으로 높다. 중요한 점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유로존 지도자들이 편협한 국익을 버리고 좀 더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을 내놓고 이를 실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투자은행 UBS 연구진들의 추산에 따르면 그리스가 자발적이거나 타의로 유로존을 이탈할 경우 그 손실은 이탈 첫 해에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어 다음 몇 해 간은 1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다시 도입한다면 이 화폐는 현재의 유로에 비해 크게 평가절하된다. 또 그리스가 유로로 보유한 부채가 천문학적으로 치솟게 되고, 그리스 금융기관은 줄줄이 도산한다.

반대로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해 경제위기를 자초한 그리스인들을 구제하느라 혈세를 쏟아 부어온 독일이 더 이상 이를 견디지 못하고 AAA 국가신용등급을 보유한 네덜란드, 핀란드 등과 새로운 통화동맹을 결성해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새로운 통화동맹 결성시 독일은 결성 첫 해에 GDP의 4분의1, 다음해부터는 10~12.5%의 손실을 볼 것으로 UBS 연구진들은 추정했다. 이 통화동맹이 채택할 새로운 화폐의 가치가 기존의 유로보다 많이 오르게 된다.

경제 기반이 굳건한 국가의 새 화폐에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린다. 이럴 경우 수출대국인 독일 내 수출업자들의 경쟁력은 급속하게 하락해 경제성장이 둔화한다. 또 유로화 자산을 보유한 독일의 금융기관들은 유로 가치가 크게 떨어져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한다.

이러한 경제적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계산할 수 없는 정치적 비용이다. 독일은 유로존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유로존을 지켜낼 수 있었는데 편협한 국익때문에 유로존을 붕괴시켰다는 비난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유럽통합은 1, 2차 대전의 업보를 지닌 독일의 호전적 민족주의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2차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 서유럽 각국은 평화 교란자로서 독일을 제어하고 민족주의라는 '지니'의 발호를 억제할 수 있었다. 독일은 유럽통합에 적극 참여해 호전적 민족주의를 제어했고 유럽통합의 과정에서 경제성장을 이뤄 국제사회의 신뢰할만한 구성원으로 복귀했다. 유로존의 붕괴는 독일에게 또 하나의 씻을 수 없는 역사적 낙인을 찍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경제블록으로 국제사회에서 G3의 하나로 대접받는 EU도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그 위상이 땅에 떨어진다. 따라서 독일 등 주요 유로존 회원국들은 유럽금융안정기금(EFSF)을 추가로 확충하고 대형금융기관 구제를 위한 별도의 금융기관 펀드도 설립해 시장의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대외경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유로존의 경제위기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유로존 채권의 매입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안병억 연세-SERI EU센터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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