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승엽(35)이 부활했다. 이승엽은 9월 들어 5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열린 5경기에서는 연속 안타(3홈런)와 타점을 올렸다. 특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승부의 분수령인 9월에 특유의 장타력이 살아나며 역시 이승엽이라는 찬사를 일본 언론으로부터 듣고 있다.
박흥식(49) 넥센 2군 타격코치도 이승엽의 부활에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박 코치는 22일 전화통화에서 "최근 (이)승엽이의 경기를 보니 타격폼이 상당히 안정됐다. 유인구에 몸이 따라가지 않고 자기 스윙을 하고 있다"며 "2003년 아시아 홈런신기록(56개)을 세울 당시의 타격폼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 코치는 이승엽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지도자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당시 삼성 소속이었던 이승엽과 한솥밥을 먹으며 국민타자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이승엽은 2004년 일본 무대에 진출한 뒤에도 자신의 타격 동영상을 박 코치에게 보내 조언을 구하고 있다.
박 코치는 이승엽의 부활을 하체와 상체의 변화, 심리적인 요인에서 찾았다. 그는 "하체가 안정된 것이 가장 크다. 다리를 높게 들지 않으면서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시즌 초반 승엽이가 타격폼을 많이 바꿨는데 이제야 자기 폼을 되찾은 것 같다. 56개의 홈런을 쳤을 때, 그 모습이다"고 평가했다.
다리를 높게 들지 않으면 변화구에 대처하는 데 수월하다. 또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을 때 자세가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승엽은 시즌 초반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 당했는데 지금은 그런 현상이 덜 하다.
박 코치는 또 이승엽의 테이크백(배트를 뒤로 빼 힘을 모으는 동작)에 주목했다. "(이)승엽이가 가장 좋았을 때는 배트가 자신의 왼쪽 귀 높이에서 나왔다. 타격 밸런스가 안 좋을 때는 어깨 밑에서 배트가 나와 땅볼밖에 치지 못했다. 요즘은 확실히 귀 높이에서 배트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 코치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박 코치는 심리적으로 안정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그는 "내성적인 성격의 승엽이는 자신이 부진할 때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홈런이나 안타가 꾸준히 나오면서 심리적 부담감을 많이 떨쳤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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