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커뮤니티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PC통신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등 전문 지식과 자료, 영화 스포츠 여행 등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들이 생겨났다.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문화가 태동하긴 했지만 사용자가 소수에 불과했고 토론 문화로까지 확대되지도 않았다.
커뮤니티 문화가 대중화한 것은 인터넷이 보편화한 1990년대 말 이후부터. 2000년 PC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한메일이 무료 이메일 서비스를 앞세워 본격적으로 ‘카페’를 열면서 PC통신의 수 많은 동호회들이 인터넷 공간으로 옮겨 갔다. 카페는 PC통신 동호회보다 개설과 운영이 쉬워 동호회와 가입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동호회 게시판마다 네티즌들의 의견이 우후죽순으로 올라왔다.
일부 커뮤니티는 당초 개설 목적과 달리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거대한 토론장으로 자리잡았다. 디지털카메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99년 만들어진 디시인사이드는 정치, 예능, 취미 등 광범위한 주제에 관한 의견들이 ‘갤러리’라는 익명 게시판을 통해 공유됐다. 특히 이곳에서 시작된 패러디물은 카페 블로그로 전파되면서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형성했다.
게시판에서 글,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의견을 표출하고 공유하는데 익숙해진 세대들은 특정 이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하거나 때로는 직접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촛불집회는 2002년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 사건 당시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시작됐지만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당시 더욱 확대 발전했다. 포털 토론 게시판과 정치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논의가 영화ㆍ전자기기ㆍ화장품ㆍ육아 커뮤니티 등 정치 이슈와 무관한 커뮤니티 공간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 등장한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는 커뮤니티 문화에 다시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정치ㆍ사회 이슈들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개별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트위터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되고 있다. 여론 형성 시간은 과거보다 더욱 단축됐고 그 과정도 역동적으로 변했다. 최근 영화 게시판 ‘듀게’에 올라온 조국 교수 비방 글이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고, 글 작성자의 정정ㆍ사과의 글이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이 대표적인 경우다. 커뮤니티간 벽이 허물어지고 거대한 소통의 장이 형성된 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 임하는 정치권이 SNS와 커뮤니티 게시판 여론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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