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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릴러 '의뢰인'의 하정우 "독수독과·일사부재리…낯선 대사로 진땀, 한 편의 연극에 출연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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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릴러 '의뢰인'의 하정우 "독수독과·일사부재리…낯선 대사로 진땀, 한 편의 연극에 출연한 느낌"

입력
2011.09.2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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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루한 행색의 조선족 남자 김구남('황해')은 온데간데 없었다. 말쑥한 정장이 너무 잘 어울려 능청스러워 보였다. 수입차를 몰고, 의뢰인인 유명 여자 연예인과 즐기길 마다하지 않는 "날라리 자식". 누가 봐도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승소에만 매달릴 듯한데 정의에 대한 나름의 원칙을 지닌 변호사 강성희. 하정우가 '의뢰인'(29일 개봉)을 통해 선보이는 새로운 캐릭터다. 21일 낮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하정우를 만났다 .

하정우는 경박한 듯 하면서도 진지하고, 가벼운 듯 묵직한 인물인 강성희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낸다. 강약을 오가며 지나치게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게 연기의 톤을 조절하는 노련미가 돋보인다. "관객들에겐 쉬워 보여서 법정까지 같이 가도 될 사람처럼 연기하고 싶었다"는 그의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그가 '의뢰인'을 택한 건 "상업영화로서의 쾌감 때문"이었다. "연쇄살인 사건 등 진부한 면도 있었지만 법정스릴러라는 새로운 영역인데다 변호사 연기를 처음 할 수 있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희순 형, (장)혁 형이 같이 한다니 더 재미있겠다 생각했고, (성)동일 형에게 직접 전화해서 출연을 종용했다"고도 말했다.

강성희로의 변신은 '황해'의 김구남보다 육체적으로 쉬웠을 만도 한데 간단치 않았던 듯하다. 법정을 주 무대로 삼은 영화이다 보니 "대사량이 많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오랜 만에 연극 한 편에 출연한 듯한 기분이 들었을" 정도. 독수독과론(불법적으로 얻은 증거에서 파생한 2차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 원칙), 일사부재리의 원칙 등 입에 붙지 않는 법정 용어들을 대사로 옮기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연기 중에 "대사가 씹히기 일쑤"였고, "재판장님이라고 빠르게 말해야 하는데도 잘 이어지지 않았다"고 하정우는 말했다.

실제보다 넓게 만들어진 법정 세트에서 어떻게 몸동작을 취해야 할지도 풀기 쉽지 않은 숙제였다. 그는 "법원을 다룬 TV다큐멘터리와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 '좋은 친구들', 폴 뉴먼의 '심판' 등을 보며 법정 안에서의 동선을 연구했고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내년 설 연휴 즈음에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변신해 극장을 찾을 예정이다. 그가 투박한 부산 사투리까지 쓰게 될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 최민식과 호흡을 맞췄는데 하정우는 "일종의 처진 스트라이커 같은 역할"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공효진과 함께 로맨틱 코미디 '러브픽션'을 한창 촬영 중이다. 궁상 맞은 3류 소설가로 "다시 (사회)하층으로 내려가" 연기하게 됐다. 4월에 '의뢰인' 촬영 끝내고, 7월에 '범죄와의 전쟁' 크랭크업을 지켜봤으니 쉼 없이 카메라 앞에 서서 전혀 다른 인물들을 빚어내고 있는 셈.

충무로의 대표적인 다작 배우이면서도 그의 출연작들은 평균점 이상의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뭘까. "전 영화의 방향이 확실하면 출연 결정을 합니다. '영화제 가겠다, 예술영화로 푼다' 그런 식으로 영화가 명확하면 언제든 OK이죠."

하정우는 돈을 받고 그림을 파는 직업 화가이기도 하다. 올 3월 서울과 대구에서 개인전도 열었던 그는 "제 또래에선 좀 활동하는 신인 작가에 해당하는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집 거실을 작업실 삼아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그린다"는 그는 1,000만원 가까이 받고 그림을 팔기도 했다. "그림 판매를 전담하는 대행사가 따로 있다"고 하니 영락없는 투잡족이다. 그래도 그는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고 좋아하고 재미있어 해주는 게 1순위"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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