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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폰 카페' 폐쇄 한 달, 이젠 사라졌나 했더니…'비건 카페'로 이름만 바꾼채 성매매 알선 여전히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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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폰 카페' 폐쇄 한 달, 이젠 사라졌나 했더니…'비건 카페'로 이름만 바꾼채 성매매 알선 여전히 기승

입력
2011.09.2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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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비건전 역할 대행이고요. 스킨십만 하는 것과 그 이상의 것 중 선택할 수 있어요. 비용은 장기로 하면 조금 저렴하게 해드릴게요."

온라인 카페 '돈 많은 유부녀 스폰 모임'에 올라온 20대 초반의 남성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이런 스폰 계약 조건부터 제시했다. "알았다. 생각해보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자 몇 시간 뒤 문자메시지가 날라왔다. "똑,똑,똑 생각 중이세요? 제 얼굴과 몸부터 블로그 사진으로 확인해보세요." 그는 이후 시도 때도 없이 스폰비용 등 조건을 조정해가며 집요하게 연락을 해왔다.

인터넷상의 신종 매매춘 알선장소인 '스폰카페'운영자를 검찰이 기소하고 포털 역시 관련 카페 130여개를 폐쇄 조치한 지 한 달. 하지만 아직도 포털에선 스폰카페들이 이름만 바꾼 채, 혹은 그 이름 그대로 성행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실태 확인을 위해 기자가 '스폰'을 가장해 전화접촉을 시도하자, 이처럼 스폰서를 찾는 젊은 남성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 달 전 검찰은 스폰카페를 단속하면서 ▦애인대행 ▦조건만남 ▦스폰 등의 키워드를 금칙어로 설정했고, 포털들은 이런 이름이 들어간 카페들은 아예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도 차이만 있을 뿐, 현재 해당단어나 유사단어로 검색하면 바로 스폰카페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포털 다음의 경우 금칙어인 스폰 카페로 여전히 검색이 되고 있고, 네이버에선 한 단계 걸러 '역할대행'카페 또는 '비건(비건전) 역할대행'카페들이 그대로 성행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만남 성사까지도 속전속결. 카페에 메신저 주소 및 연락처를 올린 사람 중 임의로 5명을 선택해 연락하자, 마치 정해놓은 매뉴얼이라도 있는 듯 바로 스폰 조건부터 만날 장소까지 바로 제시했다.

성매수자든 제공자든 스폰 이용자들은 적발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금전적 거래 없이 "그냥 좋아서 만났다고 하면 그만"이라는 것. 이를 위해 성매매 대가는 철저히 현금으로만 이뤄진다. 다수의 스폰서를 관리하고 있다는 A씨(29ㆍ남)는 "거래내역이 없기 때문에 절대 걸릴 수가 없다"면서 "불안하면 증거가 남지 않도록 비용은 현장에서 현금으로 달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는"데이트 비용은 스폰서 부담이고 여기에 한 달에 100만 원 용돈만 추가로 주면 원하는 건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로만 연락한다는 B씨(23 여) 역시 "아르바이트로 스폰 만남을 시작했다. 용돈만 주면 원하는 건 다 해줄 수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밖에 "펫(애완동물)같은 남성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원하는 스타일, 나이, 연락처만 남겨주시면 확실한 만남 보장해 드립니다" 라는 상업성 글도 카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겉으론 평범한 카페로 위장한 변종 스폰 카페들도 많다. '생활비 학비 등록금 지원 카페'라고 이름을 붙인 이 카페는 언뜻 봐서 자발적 기부활동이 진행되는 건전 카페로 보였지만 실제 카페에 가입해 살펴보니 미심쩍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정 심사를 거쳐 선별되는 정회원 중심으로 카페 활동이 이뤄지는데 그 전까지는 모든 내용이 철저하게 비공개다.

직접 카페운영자에 생활비를 지원받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자 그는 "본 카페는 기부, 나눔의 의미로 후원을 받는 곳으로 개인 프로필을 메일로 보내 정회원이 되면 매달 100만~500만원을 지원 받을 수 있다"는 형식적 답변을 보내왔다. 하지만 그가 첨부한 회원가입신청서를 보면 나이, 키, 몸무게, 매칭시 해외여행 가능 여부, 매월 스폰 가능 또는 받고 싶은 최소금액, 스폰 경험 유무, 월 희망 만남 횟수 등 무려 34개 항목이 나열돼 있다. 이 카페는 법적 문제 발생시 카페 회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스폰 금액의 5%를 카페 발전 기금으로까지 거둬들이기까지 했다.

스폰카페들이 이처럼 위장ㆍ변종형태 '진화'하면서 당국과 포털들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용자의 신고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카페 및 게시글을 폐쇄 또는 삭제 조치하고만 있다"고 말했다.

채희선기자 hsch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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