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제일 등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예금자들은 22일 오전 9시부터 2,000만원까지 가지급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급전이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서두르지 않는 게 상책이다.
가지급금은 예금보호한도액(원리금 기준 5,000만원) 중 이자를 제외한 원금에서 일부를 돌려주는 돈이다. 예컨대 저축은행에 3,000만원을 맡겼다면 원금 중 최대 2,000만원을 지급받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는 나중에 정산한다. 가지급금을 찾더라도 예금은 유지돼 중도해지이율(연 1~2%)을 적용하지 않지만, 돌려받는 액수만큼은 더 이상 이자가 붙지 않는다.
이자는 해당 저축은행의 행보에 따라 달라진다. 인수ㆍ합병(M&A)이나 자산ㆍ부채 인수(P&A) 방식으로 팔리면 당초 약정이자(연 5~6%)를 모두 받을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45일 내 자체 정상화에 성공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파산할 경우엔 시중은행 평균 이자(약 연 2.49%)만 지급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영업정지 저축은행 대부분이 서울 및 수도권에 위치해 매각 확률이 높고 파산 가능성은 낮다"며 "기다리면 대부분 원래 약속 받은 이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가지급금은 11월 21일까지 두 달간 지급되기 때문에 만약 예금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만기를 채우고 가지급금을 받는 게 이자를 한 푼이라도 더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만기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예금에 이자가 계속 쌓이는 걸 감안하면 가지급금은 늦게 신청할 수록 유리하다. 급전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굳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지급금을 급히 찾을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불안에 떠는 예금자들은 가지급금 신청 전날인 21일 오전부터 먼저 돈을 찾을 요량으로 해당 저축은행 앞에 진을 쳤다. 경기 성남시 신흥3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 주변엔 밤샘 대기를 각오하듯 돗자리를 깔고 앉은 노인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토마토 수원지점에서는 관련 설명회가 열렸고, 관할 경찰은 밤새 비상근무를 했다.
일부 고객은 "딸 혼수자금이 급해서 나왔다"라는 등의 이유를 댔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을 못하거나 돈을 영영 떼일까 봐 걱정하는 나이 든 예금자들이었다. 인터넷 접속 폭주로 다운될 것을 걱정하는 예금자도 있었다. 이들은 끼니를 거르거나 다른 사람과 교대하면서까지 자리를 지켰다.
모회사인 토마토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유탄을 맞은 토마토2저축은행의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기세는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이틀 새 1,000억원(19일 489억원, 20일 478억원) 가까이 빠져나갔는데도, 21일 오후 4시 기준으로 383억원이 더 인출됐다.
주재성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창구는 평균 고객 20명 정도로 안정을 찾았지만, 인터넷뱅킹에서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 같다"며 "이번 주가 지나면 안정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한편, 토마토2를 포함한 91개 전체 저축은행의 인출규모는 1,044억원으로 전날(1,882억원)보다 많이 줄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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