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양승태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양 후보자는 25일 대법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어서 이용훈 대법원장 임기 만료(24일)에 따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는 가까스로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야의 입장 차이로 민주당이 추천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은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3개월 보름째 계속되고 있는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국회가 여전히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진 양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석 의원 245명 가운데 찬성 227명, 반대 17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은 당초 양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과 조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묶어서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표결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양 후보자 동의안 표결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 본회의 참석과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지도부가 사법부 공백을 방치하면 안 된다는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례적으로 본회의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헌법재판관 야당 몫은 정당정치의 중요한 골간으로,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투쟁에서 민주당이 여기까지 왔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솔로몬 왕 앞에 친자식을 내주며 살리려 한 어머니의 마음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한나라당을 향해 조 후보자 선출안의 조속한 처리도 요청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조 후보자의 이념 성향을 이유로 선출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처리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나라당 이두아 원내대변인은 "여야 간에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처리를 조건으로 한 별도의 협상은 없었다"며 "조 후보자 선출안 처리를 위해서는 시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극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한 7월 8일 조대현 헌법재판관 퇴임 이후 75일째 이어지고 있는 헌법재판관 공석 사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헌재 관계자는 "유례가 없는 재판관 장기 공석 상태로 재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9명의 재판관으로 완성되는 헌법 재판 업무가 8명 체제로 파행 운영되고 있어서 정치권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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