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ㆍ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김두우(54)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법처리가 예상됨에 따라 이제 관심은 검찰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아직까지는 추가로 소환이 예정된 정ㆍ관계 고위인사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박씨가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한 만큼 김 전 수석이 수사의 끝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요직을 두루 거친 '실세 중의 실세'이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정무2비서관으로 영입된 김 전 수석은 이후 정무기획비서관과 메시지 기획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올해 6월 홍보수석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있는 서울시 라인이나 대선캠프, 소망교회 출신도 아닌 만큼 이 대통령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세 정치인 김 전 수석에 대해 박씨는 상품권과 고액의 골프채, 그리고 자녀의 차량구입비용까지 건넸다는 진술을 구체적으로 털어놓았다. 이런 추세라면 박씨가 검찰 조사에서 성역 없이 로비 자금의 사용처를 진술하기 시작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 전 수석은 박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소환된 첫 번째 고위 인사다.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을 만나 로비 대상으로 거론한 정ㆍ관계 인사가 추가로 더 있다고 검찰이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조만간 추가 소환자가 나올 공산이 크다.
다음 타깃은 저축은행 검사를 맡았던 금융감독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미 박원호 금감원 부원장이 박씨에게 금품을 받은 단서를 잡고 내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금감원 간부 출신이 박씨와 골프회동을 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씨의 고향 후배인 모 증권사 부회장 김모씨가 박씨와 금감원 간부들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씨를 불러 박씨와 골프 회동에 동반한 인사들이 누구였는지 일일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주변에선 박씨와 친분이 있는 청와대 전ㆍ현직 인사의 이름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김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서울 강남의 음식점과 골프장 등에서 박씨와 수시로 회동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씨의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박씨는 골프채, 상품권, 고급양주, 명품 넥타이 등을 곧잘 선물했다고 한다.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박씨의 로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또 여당 중진 의원 A씨 등 국회의원 5, 6명, 광역자치단체장인 K씨 등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가 이들을 정면으로 겨누게 된다면, 부산저축은행 정ㆍ관계 로비사건은 그야말로 정가를 뒤흔드는 대형 게이트로 발전할 수 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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