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달러(5억7,000만원)를 투자하면 미 영주권을 드립니다."
17일 중국 상하이 중심가의 한 회의장. 미 메릴랜드주(州)가 주관한 카지노 건설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50여명의 중국 부호들이 숨을 죽인 채 연단을 주시했다. 예정된 30분간의 설명회가 끝나자 참석자들은 앞다퉈 질문을 쏟아냈다. 관심사는 사업전망도, 투자수익률도 아니었다. 얼마나 빨리 '그린카드(영주권)'를 받을 수 있느냐가 초점이었다.
40대 여성은 "계속되는 불량식품 논란 때문에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걱정된다"며 투자이민 의사를 밝혔다. 다른 50대 여성은 "아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그린카드가 있으면 학비를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투자이민자에게 그린카드를 주는 EB-5 프로그램은 20년 전부터 있었지만,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이후 중국 등 신흥대국을 중심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미 개발업자들이 중국 등으로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선 때문이다. 투자 영역도 실버타운, 놀이공원, 테마파크 등 다양하다.
미중 간 투자ㆍ무역 협력을 위해 메릴랜드주가 설립한 '메릴랜드 센터' 책임자 닝 샤요는 "주 경제를 위해 카지노와 같은 새 사업이 중요하다"며 "특히 교육예산을 확충하는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외국 투자를 유치하는 이런 센터가 미국 내에만 173개 있으며 버지니아주에 올해 3곳이 새로 생겼다"고 20일 보도했다. 올해 EB-5 신청도 3,700건으로 5년 전 744건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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