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왜 중국 것이냐. 중국이 아리랑을 국가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은 문화 침탈이다. 문화재청은 뭘 하고 있냐."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여러 여야 의원들이 이런 주장을 하며 문화재청을 질타했다. "아리랑도 뺏겼는데 한글, 김치는 무사하겠냐"며 "서둘러 문화재로 지정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라"는 요구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합리적이지 않다. 중국이 아리랑 등 조선족 무형문화를 국가유산으로 등록한 것은 자국 내 소수민족 문화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고 어디까지나 중국 안에 한정된 조치다. 이를 두고 우리 것을 뺏겼다고 분개하는 것은 과민반응이다.
중국의 조치는 오히려 위기에 처한 조선족 문화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조선족 인구 급감으로 최근 자치주 해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1952년 자치구로 출발할 당시 옌볜 전체 인구의 62%를 차지하던 조선족이 2009년 말 36.7%(약 80만명)로 줄었다. 자치주 지위를 유지하려면 30%를 넘어야 하는데, 현재 등록된 숫자로는 겨우 30%, 실제 거주자는 그보다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 자치주의 붕괴는 조선족 문화 전승의 위기이기도 하다.
중국은 각 성, 자치주, 직할시 인민정부가 신청한 지방무형문화유산들을 심의해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한다. 2006, 2008년과 올해, 세 번에 걸쳐 총 1,219건이 이 목록에 등재됐고, 이 가운데 조선족 문화는 올해 5월 포함된 아리랑과 가야금예술, 판소리를 비롯해 농악무, 널뛰기, 전통혼례, 한복 등 12건이다.
20일 국감에서는 중국이 조선족 농악무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한 것을 상기시키며 아리랑은 그리 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유네스코 등재는 인류 공통의 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일 뿐, 특정 국가의 종주권이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 종목에 대해 여러 나라가 공동 등재를 신청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매사냥은 지난해 한국 등 11개국이, 지중해식 음식은 이탈리아, 모로코 등 4개국이, 탱고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가 공동으로 신청해서 등재됐다.
아리랑을 놓고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배타적 국수주의 냄새가 난다. 문화유산 사랑은 좋지만, 자칫 외교 마찰을 부를 수도 있는 비합리적인 주장으로 편협한 애국심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우리 내부의 문화유산 제도를 정비해 보호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무형문화유산을 특정 개인이나 단체를 지정해 보호하기 때문에, 아리랑이나 씨름처럼 보유자를 특정할 수 없는 종목은 국가문화재로 지정할 수 없다. 문화재청은 이들 종목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미환 문화부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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