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세계화란 그 나라 식문화에 녹아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직 멀었다고 봅니다."
최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김치와 인류건강'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한 한국식품연구원 세계김치연구소 박완수(55)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김치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회의를 통해 각국 채소발효식품의 건강기능성을 비교할 수 있었고, 동시에 김치의 우수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타가 인정하는 '김치 전문가'다. 지난 20여년 동안 정부기관에서 김치만 연구해 왔다.
서울대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박 소장은 김치와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됐다. 1991년 10월 한국식품연구원 응용미생물연구실장으로 근무할 때 김치 특유의 발효과학에 매료됐다. 이후 지난해 3월 소장이 될 때까지 식품연구원 내 모든 김치 관련 연구를 진두지휘 해왔다.
그 동안의 연구 실적은 눈부였다. 김치 맛을 좌우하는 각종 미생물에 대한 연구는 기본이었다. 매운 맛, 순한 맛 등의 김치 맛 규격화를 위한 연구도 그의 몫이었고, 김치의 숙성 정도를 식별할 수 있는 포장용기도 개발했다.
어떻게 포장용기 개발이 가능했을까. "김치가 익을수록 산성화되는 성질을 이용해 산성화 정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스티커를 김치 포장용기에 붙인 겁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스티커 색상만으로 김치 숙성을 확인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김치 맛의 규격화 역시 수 천명의 소비자 상대의 맛 테스트를 거친 다음에야 마련할 수 있었다. 매운 맛과 순한 맛의 공통분모를 찾기 위함이다. 그가 마련한 김치 규격은 지난해부터 농림수산식품부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김치들이 의무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박 소장의 목표는 단연 김치의 세계화다. 모든 연구도 여기에 맞춰져 있는데, 그는 "핵심은 '현지화'"라고 했다. 젓갈이나 고춧가루 함량 등을 조절해 각 나라 국민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무작정 생김치와 김치볶음밥 등 김치요리를 세계에 알리기 보다 김치맛 포테이토칩 분말 등을 우선 개발하는 식이다. 국내 다문화가정의 가정별 식문화 변천사를 조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소장은 "진정한 김치 세계화란 김치제품의 수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식문화에 파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김치'라는 단일 음식을 만들어 파는 행태 대신 우리 문화를 심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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