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사기로 말썽을 빚은 경기 일산 고양종합터미널 건설사업장에 영업정지 된 에이스저축은행과 제일저축은행(제일2 포함)이 불법 대출해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21일 이들 저축은행이 고양터미널 사업장에 6,000억원 이상 불법 대출한 사실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금융권에 따르면 두 저축은행은 최근까지 고양터미널 건설에 각각 1,600억원과 4,500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시작된 이 사업에 100억원을 대출해줬으나,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고 연체가 쌓이자 추가 사업비를 증액대출(돈을 빌려줘 기존 대출이자를 갚도록 하는 수법)했다는 것이다.
명목도 ▦사업부지 매입 ▦운영자금 ▦공사대금 등 다양했으며 대출 횟수도 30여 차례에 달했다. 두 저축은행 모두 동일차주 대출한도(자기자본 20%)를 넘기자 각종 특수목적법인(SPC)이나 개인을 차명으로 내세워 우회 대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외에 영업정지 되지 않은 I저축은행, N저축은행도 각각 32억원, 14억원을 대출해줬다.
6,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으나 금감원 경영진단에 따른 고양터미널 사업장의 회수예상 감정가는 1,400억원에 불과하다. 시행사가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누적결손이 950억원에 달하며 부채가 자산보다 944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한편, 제일과 에이스 측은 이런 불법 대출이 '한도초과 대출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금융감독원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은 "2005년 금감원에 분양사기 피해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저축은행들에 원만한 해결을 당부했었다"며 "당시 금감원이 나서서 불법을 유도했으리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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