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리고 있는 메세라 불리는 너른 박람회장 잔디밭 마당에 대형 우주선 한 척이 내려앉았다. 우주선 자체가 이정표 구실을 했다. 사람들은 우주선을 기준으로 약속 장소를 정하고, 다음 목적지 방향을 정하곤 했다.
기존 건물을 벗어나 새로운 전시공간을 우주선 모양으로 만든 아우디 전시관(사진)의 뱃머리 앞에는 박람회장 동편 입구의 얼굴 역할을 하는 ‘페스트할레’건물을 몽땅 차지한 다이믈러 벤츠관이 있다. 그 옆 건물에는 폭스바겐그룹이 스코다, 포르쉐 등 계열 브랜드들을 총집합시켰다. 서쪽 반대편에는 BMW가 역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4사가 그렇게 홈그라운드에서 압도적 위상을 드러냈다. 이들의 존재감과시는 전시회가 열리는 독일의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긍정적 요소가 있다.
기존 규정을 탈피해 자신만의 독자적 전시관을 지은 아우디처럼, 앞으로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터쇼에서도 국가와 국산 자동차 브랜드 간에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방안까지 모색했으면 한다.
이번 모터쇼에 참가한 모든 기업들이 전기차를 선보였다. 실제 전기차는 지난 수 년 동안 모터쇼의 기본 아이템이었다. 초기 전기차들은 ‘환경’과 ‘미래’라는 거대 담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전시를 했다. 이후 대부분 기업들이 전기차를 내놓으면서 ‘우리도 이 정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인류 공통의 환경과 미래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로 삼았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서는 ‘보편화된 미래(Future comes as standard)’라는 대회 슬로건이나 ‘행동할 시간(Time to start)’이라는 BMW 전기차의 슬로건에서 보듯 바로 실용적인 면이 부각됐다.
독일자동차협회장은 이번 모터쇼 특징으로 많은 자동차들이 실제로 ‘달리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여러 기업들이 전시만을 한 것이 아니라 참관인에게 운전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관 내 특별 주행장을 만들어 자동차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 기업들이 많았다. 심지어 박람회장 안 도로에도 끊임없이 고객에게 주행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박람회장에서 시험 주행은 매우 짧은 시간, 제한된 도로에서만 이뤄진다. 그 짧은 체험은 이후 장시간의 시험 주행으로 이어지고, 브랜드에 대한 호감을 끌어올리는 효력을 발휘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구호나 과시보다 실용적으로 전시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점도 ‘달리는’ 모터쇼가 된 원인이자 결과라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전시한 자동차의 색상이 화려해졌고, 행사 규모가 커졌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조할만한 신기술이 없고 세계 경제, 특히 유럽 경제 지형이 불확실한 상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근본적 부분이 불투명하고 자신이 없을 때 지엽적 부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지엽적 부분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서로 차별화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다시 근본적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 이번 모터쇼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은 과제다.
박재항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