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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줄리엣… 현대인의 삶… 강렬한 몸짓으로 살아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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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형 줄리엣… 현대인의 삶… 강렬한 몸짓으로 살아나다

입력
2011.09.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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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더욱 강렬하고, 근원을 향한 몸짓은 격하다. 서양의 신체 언어가 새 가능성을 연다.

국립발레단이 2000년 '로미오와 줄리엣' 국내 초연의 기억을 찾아간다. 몬테카를로발레단 상임 안무가인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국립발레단과 다시 손을 잡았다. 30여명의 출연진 모두가 주인공이라 할 만큼 채움과 역동성의 미학으로 빛나는 무대다.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이 21세기적 감성의 감각적인 동작의 옷을 입는다. 시각적 즐거움이 무대 전편을 지배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조우하게 되는 무도회 장면에서는 금빛과 붉은빛으로 사랑의 감정이 그려지고, 처음으로 둘의 사랑을 확인하는 발코니 신에서는 농담을 달리하는 푸른 빛을 통해 내면이 표현된다. 신체의 곡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의상,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도미니크 드리요의 조명 디자인 등이 단순미의 미니멀리즘적 무대 속에서 합작 공세를 펼친다.

고전의 현대화 작업에 특기를 보여온 마이요는 등장 인물들을 새롭게 해석해 재창조했다. 특히 그가 작품 제목을 '줄리엣과 로미오'로 짓고 싶어했을 정도로 줄리엣의 비중이 큰데, 사리가 분명하고 주도적이며 자아가 강한 여성으로 그려진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만남도 눈길을 끈다. 그가 국내에서 발레 공연을 지휘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동훈, 김용걸, 김주원, 김지영 등 출연. 10월 27~3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7-6181

영국 아크람 칸 컴퍼니의 '버티컬 로드'는 인도의 전통 춤인 카탁과 현대 무용이 만나는 현장이다. 동서양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죽 추구해 온 이 무용단이 궁극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몸부림을 통해 고통은 어떻게 초극되는지 보여준다. 안무가 칸과 동지적 관계를 맺어온 전자 음악가 니틴 쇼니의 강렬한 비트는 테크노 뮤직이 무색하다.

8명의 다국적 무용수는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한국 LDP무용단의 김성훈을 비롯해 스페인, 이집트, 그리스, 알제리, 슬로바키아, 대만 등지에서 모인 이들이 그려내는 궤적이 예사롭지 않다. 전기 충격을 받은 듯 그들의 몸놀림은 충만한 긴장감으로 시선을 붙든다. 그야말로 '피의 제례'다.

방글라데시 태생의 아크람 칸(37)은 북인도의 전통 무용 카탁에서 고난도의 육체 단련을 하고 스무 살 이후 발레와 현대 무용을 집중 수학했다. '컨템포러리 카탁'으로 대표되는 그의 혁신적 무용 어법은 연극, 영화, 비주얼 아트, 장르 통합적 무대 등을 넘나들며 일약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기술과 속도에 붙들린 현대인의 삶을 '수평적'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저항하며 영성, 깨달음 등 '수직적 길(vertical road)'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30일~10월 1일 LG아트센터. (02)2005-0114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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