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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수출 적신호 "저작권이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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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수출 적신호 "저작권이 괴로워?"

입력
2011.09.20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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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한류'를 꿈꾸며 10월 8일 일본 오사카 공연을 앞둔 창작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가 일본 측 공연 주최사인 쇼치쿠(松竹)사를 상대로 지난 14일 도쿄지방법원에 '저작권이 침해됐다'며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고단샤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원작인 스즈키 유미코(鈴木由美子)의 만화 '간나상 다이세코데스'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 시대 자존심 싸움

고단샤는 공연 개막을 코 앞에 두고 왜 이런 강경한 조치를 취한 걸까.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이미 2008년에 국내에서 초연됐다. 만화 '간나상 다이세코데스'의 원작 사용 계약을 맺은 영화 제작사이자 뮤지컬에도 공동 제작사로 참여한 KM컬쳐는 당시 뮤지컬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저작권 계약을 하지 않고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재공연 시점에서 뒤늦게 저작권 문제가 불거진 배경은 세계 각국이 주요 성장 동력으로서 콘텐츠 산업을 주목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의 환경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고단샤와 쇼치쿠 양측의 핵심 주장만 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KM컬쳐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두우의 최정환 변호사는 "일본 공연 포스터에 일본 원작임을 표기해 달라는 고단샤 측과 일본만이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등을 거쳐 장기적으로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연 제작사 측의 뜻이 엇갈려 합의를 하지 못했다"며 "저작권료 액수가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원소스 멀티유즈 시대에 오리지널 콘텐츠의 자격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인 셈이다.

2차적 저작물인가 아이디어 차용인가

일본 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녀는 괴로워'의 공동 제작사 KM컬쳐와 쇼노트, CJ E&M과 쇼치쿠는 일본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보고 있다.

법적 쟁점은 뮤지컬을 원저작물인 만화를 번역, 변형, 각색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2차적 저작물'로 볼 것인가, 단순한 만화의 아이디어 차용으로 볼 것인가의 판단이다.

제작사측은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것은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임을 강조하며 예정대로 공연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정환 변호사는 "만화는 대학이,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한국 가요계가 배경이고 여주인공이 전신성형을 한다는 설정 외에는 같은 내용이 없다"며 "성형으로 미인이 된다는 아이디어에 독점권을 줘야 한다면 이는 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작권 전문인 법무법인 신우의 홍승기 변호사의 판단은 다르다. "2008년 한국 공연 땐 고단샤가 저작권을 문제 삼더라도 한국에서 법적 분쟁까지 끌고 가기에는 비용 대비 승소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별도의 합의 없이 공연을 진행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일본 공연을 추진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주최 측이 법률 자문을 충분히 거쳤겠지만 결과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률이 아닌 양심의 문제

공연계는 '미녀는 괴로워' 일본 공연의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이번 일을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원저작자에 대한 존경의 정서가 강한 일본 내 공연을 추진하면서 저작권 문제로 잡음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뮤지컬이 드라마와 가요를 잇는 3세대 한류 장르로 주목 받고 있지만 우리 공연계의 저작권 인식 수준은 여전히 낮다. 공연 프로듀서들 사이에 "일본 작가들이 저작권 인식 부족을 이유로 한국 공연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산하 표절위원회 위원인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는 "저작권은 법적인 해석 이전에 자발적으로 지켜야 할 양심의 문제"라며 "남의 것을 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기본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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