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J고 3학년 김모(18)군은 대학 진학을 접고 올해 3월부터 인천의 I항공학교에서 직업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일반계 고3을 대상으로 한 직업위탁교육은 월요일만 학교에 가 수업을 하고 화~토요일은 위탁교육기관이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한다. 수업은 하루뿐이지만 김군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올해 매 분기마다 수업료와 학교운영비로 40여 만원을 원적교(J고)에 납부했다. 이와 별도로 항공학교에는 1학기에 70여 만원, 2학기에 60만원을 또 냈다. 이 항공학교에만 김군처럼 이중으로 수업료를 내고 있는 학생이 150명에 이른다. 김군 부모는 "양쪽에 수업료를 내는 것에 대해 학교로부터 사전에 어떤 공지도 받지 못했다"며 "수업은 6분의 1밖에 안 받는데 동일한 수업료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김군처럼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인천의 고3 학생 대다수가 수업료를 이중 부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인천시교육청과 직업위탁교육기관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공공 직업위탁 교육기관이 인천산업정보학교 한 곳이다. 10개 학급에 정원 200명인 산업정보학교의 수업료는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후원금조로 한 명에게 1년에 13만원씩 받지만 학생들이 직접 내지 않고 원적교가 수납한 수업료 중 일부를 떼어 보낸다.
나머지 민간 위탁교육기관들은 학생들에게 실습교재비 등의 명목으로 수업료를 받고 있다. 미용 요리 항공 등 배우는 과목에 따라 많게는 월 40만원까지 수업료를 내기도 한다. 주 6일치 수업료를 걷는 원적교들이 위탁교육기관에 보내는 돈은 전혀 없다. 인천 J고 관계자는 "불합리하지만 위탁교육기관들도 비용이 많이 들고, 졸업장은 원적교에서 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서울에서는 산업정보학교 3곳은 물론 민간 위탁교육기관들에도 학생들이 직접 내는 돈이 없다. 올해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고3 학생 약 3,000명이 1, 2학년 때 냈던 것처럼 학교에 수업료만 내고 위탁교육을 받는 것이다. 원적교는 학생들의 수업료를 나눠 매월 일정액을 위탁기관에 송금한다.
서울의 한 진로담당 교사는 "수업을 적게 받는 학생들에게 동일한 수업료를 걷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직업위탁 교육생 가운데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많은데 수업료 이중 부담은 가혹하다"고 말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인천시교육청이 올해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고3 학생들의 숫자와 이중으로 수업료를 내는 학생들이 몇 명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시로 변동이 생겨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인천에 일반계 고교가 81개이고, 한 학교에 적게는 10명 내외에서 많게는 30명 정도까지 직업위탁교육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수 백명이 이중 수업료 부담을 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은 별도 예산을 세워 수업료를 지원하지만 인천은 예산이 없어 안타깝다"며 "직업위탁교육은 강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고, 학교와 위탁기관 양쪽에 수업료를 내야 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면 해당 학교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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