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독립 신용카드회사 설립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16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카드사업 분리 안건과 은행으로부터 분리된 카드부문의 계열사 편입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이날 이사회는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이 아니라 인근 호텔로 장소를 바꿔야 했다. 카드 분사(分社)에 반대하는 우리금융 노동조합협의회가 이사회 개최를 저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우리금융 노조협의회는 우리금융 계열사 노조 7곳의 협의체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다른 경쟁 금융지주사들이 카드사를 분사하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란 입장이다. 지주 관계자는 "전업 카드사가 돼야 은행의 보수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벗어나 공격적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의 인가를 거쳐 내년 1월 별도 카드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노조는 현 시점의 카드 분사 추진은 명분 자체가 부족할뿐더러 노사간 협의 절차도 무시하고 있다며 적극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정은 우리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현재 경제적 상황은 카드 분사가 실패했던 2002~2004년 당시와 유사하다"며 "정부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요인 중 하나로 신용카드를 지목하며, 영업 자제를 요구하는 분위기에서 굳이 분사를 하겠다는 건 시기가 적절치 않은 과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직을 분사ㆍ합병하거나 축소할 땐 노조와 사전에 충실히 협의를 하도록 협약에 규정돼 있는데도 사측은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이사회 승인을 강행했다"며 "앞으로 카드 분사 절차가 진행되는 단계마다 강력한 저지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뿐 아니라 우리은행 입장에서도 카드 분사가 못마땅하다. 행장의 권한이 축소되는 데다 은행의 규모와 실적도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4년 은행이 망가진 카드를 떠맡으면서 투자한 1조원 가량도 아깝다는 것이 은행 측 정서다.
지주와 은행의 이런 이해관계 충돌은 결국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행장 간 갈등설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과정에서 카드 분사와 관련한 내홍이 확산되면 민영화 작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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