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5도는 북한 옹진반도를 포위하다시피 가까이 에워싸고 있는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 등 5개 섬을 말한다. 군사 요충지다. 백령도나 대연평도만 해도 인천 연안부두에서 각각 약 220㎞, 120㎞ 떨어진 아득한 전진기지이지만, 황해남도 옹진군에선 그 거리가 불과 20㎞ 안팎이니 북한엔 목엣가시인 셈이다. 남한이 서해 5도를 군사적으로 확실히 장악한 건 6ㆍ25 전쟁 때다. 적의 영향력 공백을 틈타 해병 41 독립중대가 1951년 4월 3일 강화도 서쪽 교동도를 접수하고 4월 23일 백령도에 상륙, 종전 때까지 지배력을 유지했다.
■ 우리에게 서해 5도는 유사시 경기만을 통한 북한의 남하를 막는 1차 방어선이다. 북한 해ㆍ공군의 활동범위를 좁혀 인천항과 인천공항의 안전과 서해 어민들의 조업을 보장하는 거점이기도 하다. 아울러 탄도미사일 같은 전략무기를 배치할 경우, 평양 주석궁을 포함한 북한 주요 지휘부와 핵시설, 해ㆍ공군기지에 대한 정밀타격이 가능하다. 1973년 북한이 휴전 당시 서해 5도를 기준으로 설정된 해상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무효선언을 한 이래 연평 해상도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끊임 없이 도발을 감행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 서해 5도가 북한의 국지도발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이유는 방어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로서는 섬들이 남한 쪽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크기가 작아 해병 6여단 소속 6,000여명을 주축으로 방어군을 분산배치했을 뿐이다. 반면 북한은 해주에 본부를 둔 4군단 병력 수만 명에 남포 서해함대사령부 산하 6개 전대 함정 수백여 척을 NLL 인근인 해주, 사곶 등지에 전진 배치해 두고 있다. 북한으로선 짧은 작전거리, 우월한 재래식 군사력 등을 이용해 서해 5도를 전격 점령하는 제한전(制限戰)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은 것이다.
■ 북한군이 지난달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러 기간 중 김정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총괄 하에 서해 남포시 인근에서 대규모 도서 점령 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훈련엔 상륙함, 공기부양정, 일반 전투함정과 원산 비행장에서 발진한 공군 전투기, 특수부대원들의 저고도 침투용 AN-2기 등을 동원했다고 한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북한군은 지난해 12월 중순 같은 지역에서 인민무력부 정찰총국 등이 참여한 합동상륙작전에 이어 9개월여 만에 유사 작전을 반복한 셈이 된다. 서해 5도 국지도발이 김정은 후계사업으로 추진되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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