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만 켜면 붐(이민호ㆍ29)이 나온다. 지난달 제대 후 SBS '강심장'(6일 방송)으로 컴백한지 고작 2주가 됐지만, 엔간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 얼굴을 비치고 있다. 붐은 그새 KBS2 '자유선언 토요일-시크릿', SBS 파워FM '영스트리트' QTV '순위 정하는 여자' 등 고정 MC 자리만 6개를 꿰찼다. 이른바 '싼티'를 브랜드 삼아 방송가를 종횡무진 하던 붐이라지만 2년의 공백기 이후 더욱 높아진 위상이 놀랍다. 붐의 화려한 컴백, 다 이유가 있다.
방송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예능 MC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유재석 강호동을 대체할 MC감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10년 가까이 국민MC 자리를 지켜온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신동엽 김제동 박미선 김용만 이휘재 남희석 지석진 등이 활약하고 있지만 2% 부족한 게 사실이다. 당장 포스트 강호동을 찾아낼 수는 없지만 프로그램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검증된 예능 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 이럴 때 어느 프로그램에 투입해도 잘 적응하는 붐이야말로 섭외 1순위다. 붐과 함께 유세윤 이수근 노홍철 정형돈 역시 상승세다.
그러나 MC의 친화력과 카리스마를 적절히 버무려 진행해야 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를 맡길 인재는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KBS2'1박2일'의 유학찬 PD는 "강호동은 카메라 뒤편에서 보이지 않게 멤버들을 다독이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걸 끌어낼 줄 아는 감각을 가졌다"며 "이를 테면 PD 역할까지 하는 MC"라고 말했다. 유재석도 마찬가지여서 그가 빠진 '무한도전' 역시 상상하기 힘들다.
유재석 강호동의 회당 1,000만원에 이르는 고액 출연료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방송가에서는 결코 무리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19일 한나라당 안형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최근 3년간 TV 방송프로그램 광고매출 순위 현황'에 따르면 '1박2일'이 포함된 KBS2 '해피선데이'는 2009년부터 3년 연속 광고매출 1위를 차지했다. MBC '무한도전' 역시 드라마들을 제치고 4위(2011년)에 오르는 등 비싼 MC들이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포스트 유재석ㆍ강호동의 탄생은 아직 멀었다"고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예능 PD는 "유재석 강호동 자리에 다른 MC를 섭외해도 누구도 흔쾌히 들어오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2인자 자리 다툼이 치열할 뿐 양강 MC 자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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