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국제중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연간 교육비는 약 1,823만원,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에 다니는 학생의 연간 교육비는 약 2,07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중고보다 몇 배 비싼 학비에, 비슷한 규모의 사교육비, 고가의 어학연수비가 들기 때문이다.
1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세연(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제중에 입학한 학생은 학비 503만원, 급식비 기숙사비 수련활동비 방과후학교비 등 수익자부담경비 291만원, 사교육비 360만원(추산), 어학연수비 669만원(추산) 등 연간 1,823만원의 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 1학년생은 학비 431만원, 수익자부담경비 356만원, 사교육비 708만원(추산), 어학연수비 669만원(추산) 등 총 2,079만원의 연간 교육비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제중, 특목고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교육환경과 고가의 학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의존도가 높고, 이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중 1학년생 120명 중 86%가 입학 전 선행학습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어학연수경험이 있는 학생도 52%나 됐다. 학생들은 주관식 문항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수업 따라가기가 너무 힘들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 줄었으면 좋겠다", "방과후학교에서 학원 수준의 강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특목고 1학년생은 480명 가운데 93%가 "선행학습을 받았다"고 말했고, 62.3%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성적 유지가 힘들다"고 응답했다. 주관식 문항에서는 "사교육에서 배운 것을 전제로 학교 수업이 진행되는 것은 부당하다", "등록금이 비싼 것에 비해 배우는 내용이 알차지 않고, 그 때문에 사교육에 돈을 들어가 부담스럽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세연 의원은 "국제중과 특목고의 비싼 학비와 사교육비로 인해 저소득층 학생이 입학 후 적응에 실패해 전학을 가는 경우가 많다"며 "저소득층 학생이 국제중, 특목고를 통해 명문대에 진학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가난이 고착화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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