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재미를 준다는 일명 '악마의 편집'이 안방극장을 흔들고 있다. SBS의 짝짓기 프로그램 '짝'이 조작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케이블 음악전문 채널 Mnet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3'('슈스케3')도 참가자가 "제작진이 악의적 편집을 했다"고 비판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 내용의 연출과 실제의 구분이 불명확해지는 추세 속에서 '악마의 편집'을 둘러싼 논란과 시비는 더욱 늘어날 조짐이다.
'슈스케3' 악의적 편집 논란에 불을 지핀 참가자는 예리밴드(한승오 유예리 김하늘 김선재). 예선부터 본선무대까지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을 발휘한 참가자의 문제 제기라 파장은 더욱 크다. 이들은 프로그램 편집에 불만을 품고 17일 참가자들이 묵는 숙소를 나온 데 이어 18일 밤 자신들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제작진에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밴드를 대표해 글을 쓴 리더 한승오씨는 "저는 40세의 늙은 나이로 다른 경연자들을 윽박지르며 그 누구와도 협력하지 않는 인간 말종이 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슈스케는 '악마의 편집' '막장방송'이라는 수식어들을 본인들 스스로 훈장처럼 달고 다니며 유전자 조작보다도 더 정교한 영상조작기술을 뽐내며 '조작'을 '편집기술'로 미화하고 있다"며 제작진을 성토했다.
제작진은 "왜곡과 악의적 편집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19일 새벽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면서 조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예리밴드가 제기한 조작은 전혀 없었다"라는 보도자료와 함께 방송 편집에 쓰인 영상 원본까지 공개했다. 제작진이 제시한 총 16분 분량의 영상은 한씨가 조작이라고 말한 상대팀과의 협연 연습 과정을 담고 있다. Mnet의 신형관 국장은 "이번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모니터 결과 내용이나 편집상에 어떠한 왜곡도 없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방송 내용과 원본 내용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논란의 여지가 상당하다. 방송된 내용 중 한씨가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았던 부분은 연습 과정에서 상대팀인 헤이즈의 의견을 묵살하고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다. 원본 영상에서 한씨는 "크게 파트를 두 부분으로 나눠 메인 연주를 헤이즈가 할 때는 우리 보컬이 뒷받침을 해주고, 우리가 노래할 때는 헤이즈가 랩으로 받쳐주는 식으로 가자"고 상의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방송에서 편집됐다. 방송에서 문제가 된 한씨의 "맘대로"는 "(당신들) 맘대로 (해)"라는 식으로 편집됐지만, 실제로는 "(우리) 맘대로 (한번 해보자)"라는 의도로 발언됐다.
'슈스케'의 '악마의 편집'은 지난해 시즌2때도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제작진은 당시 참가자였던 김그림씨의 거짓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네티즌의 마녀사냥을 초래했고, 프로그램 시청률도 동반 상승했다. 올해에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신지수씨가 단체연습 과정에서 독단적인 리더로 비치며 네티즌의 비난을 받았다. 예리밴드의 한씨 역시 "한 번 악역이 정해진 캐릭터는 끝까지 가게 되는 슈스케의 특성상 저희는 이후 방송에서도 그렇게 묘사될 것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며 경연 포기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극적인 편집으로 조작 방송 논란에 휩싸인 프로그램은 '슈스케'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종영된 tvN 재능 오디션 '코리아 갓 탤런트'는 '한국의 폴 포츠'로 떠오른 최성봉씨의 예선 오디션에서 학력 발언 부분을 편집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최고 법정제재인 '시청자 사과 및 관계자 징계'를 받았다. SBS '짝'도 지난 8일 한 남자 출연자가 "제작진이 최종 선택에서 여자 출연자에게 나를 선택하지 말라고 시켰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의도한 왜곡까진 아니어도 지나친 과장은 문제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러나 제작진만 마냥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처음에는 일반인으로 시작하지만 본선에서는 연예인에 준하는 인지도를 갖게 되기 때문에 자신들도 말이나 행동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준호기자 trist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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