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8일 정전 사태와 관련해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을 사퇴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주무 장관으로 하여금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이반한 민심을 되돌려 보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5일 ''정전 대란'이 발생한 직후 한나라당과 청와대 일부에서는 곧바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정전 사태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을 강하게 질타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한 뒤 '최 장관 사퇴론'이 확산됐다.
최 장관 경질론은 17일 정치권에서 집중 제기됐다. 특히 내달 서울시장 보선을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에서는 "표가 더 떨어지기 전에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나라당 김정권 사무총장은 "많은 국민이 이번 정전 사태로 당혹했다"며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인 같은 당 정태근 의원도 "최 장관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임장관도 이날 밤 자신의 트위터에 "책임질 사람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야권도 최 장관의 경질을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최 장관 경질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 정전 사태 뒷수습과 국회 국정감사 일정 때문에 최 장관의 조기 강판이 좋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돼 결국 전격 경질보다는 '선(先) 수습 후(後) 사퇴'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장관 책임 문제는 실무적 차원과 정치적 차원이 있다"며 "국무위원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어떻게 사태를 수습하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여권 일각에선 장관의 직접적인 실무 책임이 없고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정부가 국민에게 초유의 사태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주무 장관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최 장관의 거취에 대해 가닥을 잡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은 것은 민심 흐름이었다. 지식경제부가 스스로 정전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반장으로 하는 범부처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조사하도록 교통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경부가 사태 책임의 당사자인데 스스로 조사하고 대책을 내놓으면 상식적으로 국민이 받아들이겠느냐"며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은 총리실이나 제3의 정부기관이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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