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어제 전국적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제기된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사실상 사임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덧붙여 즉각적 사임보다는 우선 사태 수습에 힘쓴 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무장관이 일차적으로 사태 책임을 지되, 시기에는 유연하게 대응하는 이른바 '선 사태수습, 후 거취정리' 방식이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에 책임을 지고, 1월 말 사임 의사를 밝힌 후 4개월 동안 사태 수습에 매달렸던 유정복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예와 꼭 닮았다.
이 정도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나선 게 최 장관이 처음인 데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의 요구 수준과도 맥이 통한다. 또한 통상적으로 정전사태에 대한 주무부처의 책임이 전력거래소나 한국전력에 비추면 후 순위이고, 내용도 구체적 과실에 대한 책임보다는 도의적 수준의 책임이기 쉽다. 무엇보다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가 급한 데다 눈앞의 국정감사 등 국회 대책 차원에서도 주무장관 교체 과정을 미룰 만하다.
그러나 이번 정전 사태는 통상적 사고와는 다르다. 단순히 '전력시장 운영규칙'이 엉성하거나 허수가 많이 포함된 '예비전력'수치 설정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발전회사와 전력거래소, 한전, 지경부 등 관계자들의 상식과 동떨어진 굳은 사고와 행동 방식의 문제가 더 컸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했더라면 사전 전력 수요예측의 오류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었다.
따라서 사태 수습은 무사안일에 젖은 각 조직의 문화와 자세 교정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즉각적이고 엄중한 문책으로 충격을 던지는 것보다 나은 게 없다. 그래야만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의 책임을 직접 언급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도 산다. 사태 수습의 주요한 측면인 피해 보상이나 매뉴얼 정비 등은 어차피 전문가 그룹의 몫이기도 하다. 전력거래소와 한전, 발전회사가 책임을 지는 모습과 더불어 최 장관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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