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브레인워시(Brainwashㆍ세뇌)'란 가명으로 더 유명한 티에리 구에타는 현재 가장 잘나가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프랑스 출신 미국이민자인 그는 2008년과 2010년 두 번의 전시로 돈방석에 올랐고 마돈나의 앨범 커버 디자인까지 맡았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조롱했던 주류 예술계 상징인 주요 미술관도 그의 작품을 구매했다. 미국 스미소니언 미술관, 뉴욕 현대미술관(MoMA),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앤디 워홀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라 부르며 작품을 대량생산해낸 것처럼 미스터 브레인워시 역시 사무실에 직원을 고용해 작품을 생산한다.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뱅크시는 다큐멘터리 영화 '선물가게를 지나야 출구'를 통해 그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를 보여주며 제목에서 드러나는 현대미술계의 단면을 꼬집는다.
'긁어서 새긴다'는 뜻의 이탈이아어 '그라피토(graffito)'에서 파생된 '그래피티(graffiti)'는 한동안 낙서 취급을 당했다. 그러나 앤디 워홀에게 발탁된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를 시작으로 상업 예술의 범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피티는 태생적으로 사회 저항적이고 차별과 전쟁, 관습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현대 소비문화 속에서 그래피티 역시 소비의 범주로 들어오게 된다. 이런 점을 영리하게 이용한, 그래서 정체성의 논란이 끊이지 않는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작품 10여점이 국내에 최초로 전시된다.
그래피티 전설로 불리는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의 국내 미공개 작품, 바스키아와 함께 낙서화 전시에도 참여한 바 있는 씬(SEEN)의 대표 작품과 아세테이트 조각으로 실루엣 작업을 하는 런던 출신의 벵상 풀 등의 작품 30여점도 함께 소개된다. 2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청담동 오페라갤러리. (02)3446-0070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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