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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힘내라 지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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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힘내라 지역어!

입력
2011.09.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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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10년간 지역어를 조사하고 있다. 그 사업의 경남지역 책임을 맡은 우리 대학 김 선배의 하동 '평사리' 방언 조사에 따라갔다. 김 선배는 과 선배며 대학시절엔 나를 지도한 학과 조교였다. 방언 조사라는 것, 대학시절 낭만의 학술 답사와는 완전히 달랐다.

질문지를 묶은 책이 무려 5권 620쪽이 넘었다. 오염되지 않은 평사리 말을 간직한 적합한 제보자를 찾아 매뉴얼에 따라 구술발화 어휘 음운 문법에 관련된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녹음기에 담았다. 길고 지루한 작업이 끝나면 녹음 내용을 전사하고 분석까지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날의 조사에서 내가 듣기엔 그 말이 그 말인데 싸리나무의 '싸리'를 '비사리'라 말하는 것이 김 선배의 포충망에 걸려들었다. 그건 중세국어에 사용됐던 '리'(싸리)가 'ㅆ'와 같은 된소리 발음이 아니고, 'ㅄ'[ps] 발음이었음을 확인하는 증거였다.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나는 박경리 선생의 소설 의 무대인 평사리에 '중세국어'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 감동이었다.

이는 소설 속 1890년대 평사리 사람들이 쓰는 말을 그 시대 말로 정확하게 복원하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리라. 경남 방언의 태두는 청암 스승이다. 김 선배는 청암 스승의 제자로 그 외길을 올곧게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지역어는 빠르게 사라지고 김 선배도 어느새 환갑에 가깝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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