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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시계 되돌려 만든 '만능 줄기세포'로 멸종위기종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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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시계 되돌려 만든 '만능 줄기세포'로 멸종위기종 복원

입력
2011.09.1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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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참다랑어, 악어, 유인원, 코뿔소….

양서류부터 포유류까지 다양하다.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뭘까. 다소 우울하지만 '우리도 지구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지구에서 사라질 멸종위기종이란 것이다.

흰 코뿔소 피부세포에서 줄기세포 만들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지금까지 다섯 차례 대멸종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멸종은 6500만 년 전의 운석 충돌로 일어났다. 운석이 지면과 부딪히면서 생긴 먼지가 지구를 뒤덮었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자 기후가 급격히 변했고, 공룡은 멸종했다. IUCN은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생물은 동물 150만 종, 식물 50만 종에 이른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들 가운데 조류 1만 종, 양서류 6,000 종, 포유류 5,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추정한다. 인간 때문에 사라져가는 멸종위기종. 이를 복원하려고 인간은 과학기술을 끌어왔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와 샌디에이고동물원 보존연구소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멸종위기종인 맨드릴개코원숭이와 북방흰코뿔소의 피부 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학술지 의 자매지인 5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멸종위기종의 체세포에서 iPS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iPS는 체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만든 줄기세포다. 김동욱 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사업단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iPS는 모든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면서도 체세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배아에서 얻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맨드릴개코원숭이와 북방흰코뿔소의 iPS를 정자, 난자로 다시 분화시켜 인공 수정을 한다면 멸종위기종 복원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호르몬 투여로 발정기가 여러 차례 오도록 유도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 멸종위기종 복원에 가장 많이 쓰인다.

유전자 오염ㆍ각인은 넘어야할 산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줄기세포가 정말로 '구원투수'가 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먼저 iPS를 만들기가 어렵다. 체세포에서 iPS를 만드는 효율은 0.001%. 체세포 1,000개를 써야 iPS 1개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비싼 가격도 부담이다. 강경선 서울대 제대혈줄기세포응용사업단장(수의학과 교수)은 "iPS를 종 복원에 쓰려면 지금보다 효율이 훨씬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문제는 '유전자 오염'이다. 연구진은 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역분화유전자를 바이러스에 담아 체세포 안에 넣는 방식으로 iPS를 만들었다. 이 때 역분화유전자가 원래 유전자와 섞이게 된다. 이렇게 만든 iPS를 생식세포로 분화시키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은 "생식세포는 다른 체세포보다 유전적으로 민감하다"며 "다른 유전자가 끼어들면 본래 유전 형질에 이상이 생겨 돌연변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령 정자나 난자를 만들었다 해도 마지막 난관이 남았다. '유전자 각인'이다. 유전자 각인은 남녀에서 특정 시간에만 발현되는 유전자다. 가령 태아의 성장을 조절하는 H19 유전자는 부모에게서 모두 물려받지만 난자에서만 활성화하고, 정자에선 그렇지 않다. 이 부소장은 "iPS로 만든 모든 생식세포의 유전자 각인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정자, 난자와 같게 하긴 현재로선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아예 공상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본 교토대 연구진은 올해 8월 배아줄기세포로 만든 정자를 정상 쥐의 난자와 수정시켜 건강한 쥐를 탄생시켰다.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iPS를 이용해서도 생식세포를 만들고 수정하는 일이 가능할 거라고 연구진은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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