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저축은행 7곳이 영업 정지됐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에 각 은행에는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예금자들의 항의방문이 이어졌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은행 점포를 찾았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하자 화살은 금융당국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경기 성남시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는 50여명의 예금자들이 몰렸다. 순예금 규모 5,000만원 이상인 개인 고객만 733명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답답한 마음에 은행을 찾았지만 이들을 맞은 것은 유리문에 붙은 영업정지ㆍ경영개선명령공고문이 전부였다. 은행 직원은 보이지 않았고 굳게 닫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노후자금 목적으로 1억5,000만원을 넣었다는 노시영(71)씨는 "만기를 열흘 앞두고 14일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돈을 찾겠다'고 했더니 '영업정지될 일 없다'고 해서 그냥 뒀다"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하나(23)씨는 "대학 등록금으로 쓰기 위해 그간 모은 돈 2,400만원을 '안전하고 금리 높다'는 직원의 권유로 사흘 전에 토마토저축은행에 입금했다"며 "돈을 돌려 받는 데 6개월은 걸린다는데 내년 대학 입학 계획이 물 건너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울먹였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제일저축은행 본점에도 20여명의 고객들이 찾아와 문 앞에 주저앉았다. 이 은행에 5,000만원을 넣어놓고 있었다는 김모(74)씨는 "각 저축은행들이 영업정지는 없을 것이라고 하더니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겪고도 관리감독 소홀로 또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이르게 한 정부를 어떻게 더 믿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비를 넣어놓고 있다는 김모(69)씨는 "이번 은행들은 영업정지가 임박한 상황에서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고객 모집에 나섰다"며 "도덕적 해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2월 부산저축은행에 이어 7개월 만에 또 파랑새저축은행이 영업 정지된 부산 민심도 들끓었다. 해운대구 좌동 파랑새저축은행 본점 앞에는 예금자들이 몰려 들어 은행과 금융당국을 성토했다.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이미 저축은행 부실경영의 심각성을 알고도 이제 와 하나 둘씩 영업 정지를 시켜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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