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자원개발업체인 KMDC가 미얀마에서 가스전 광구 4곳의 탐사ㆍ개발권을 획득한 전후 과정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자본금이 16억5,000만원에 불과한데다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이 해외 가스전 사업권을 따낸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입을 모은다. 탐사 과정에서만 광구 1곳당 300억~500억원이 소요되는데다 실제 생산까지는 수조원의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 게다가 KMDC의 경우 관련분야 사업 경험은 물론 전문인력도 거의 없는 상태다.
사업권 획득 과정을 되짚어보면 여권 핵심부가 KMDC를 밀어줬다는 의혹이 나오기에 충분하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은 지난해 1월 박영준 당시 국무차장의 미얀마 방문 때부터 논의됐다는 게 정설. 당시 박 차장은 미얀마 측에 새만금방조제 기술전수 등을 약속하면서 국내 업체의 자원개발 참여 가능성을 타진했다. 여기까지는 '자원외교'차원에서 별 문제가 없다.
그런데 넉 달 뒤인 5월 이영수 회장은 KMDC를 설립했고, 한 달여 뒤 한나라당 이종혁 이한성 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이 미얀마를 방문해 대부분 일정을 이 회장과 함께 했다. 이들 의원은 지난 대선 때 이 회장과 함께 이명박 후보의 사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의 공동대표를 지낸 바 있다.
그로부터 두 달 뒤인 8월에는 지식경제부ㆍ석유공사ㆍ가스공사ㆍ광물자원공사로 구성된 정부 조사단이 미얀마 현지를 방문, 이 회장과 함께 7개 광구의 사업성을 검토했다. 조사단 구성 경위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6월에 미얀마를 방문한 의원들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차원의 판단이 아니라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여당 의원들의 요구로 범 정부 차원의 조사단이 구성됐다는 얘기다.
조사단으로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전체 일정을 지경부가 통보해줬는데 현지에 가보니 실제로는 대부분을 이 회장이 주선한 것 같더라"고 말했다. 이름도 생소한 민간기업이 공식적인 논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정부ㆍ공기업 합동조사단과 동행했던 것이다.
조사단은 7개 광구에 대한 조사결과, 사업성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올 초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측도 "사업성이 없고 관찰이 필요하다" "SK도 2008년에 검토했다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한 곳" "현지협력회사도 존재감이 없고 신뢰하기 힘들다"는 내용의 공문을 총리실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론을 알면서도 KMDC는 두 달 뒤 탐사ㆍ개발권을 신청했고 당시 박영준 지경부 2차관은 이를 측면 지원했다. 게다가 KMDC는 사업권을 신청한 지 100여일 만에 MOU 체결 과정도 생략한 채 사업권을 따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박 차관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에서 미얀마 정부에 새만금방조제 기술 전수 등을 확약했기 때문일 것"이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성 없는 광구개발을 이 회장이 왜 추진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이지만, 그가 이를 사업화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KMDC는 7월부터 지역별 투자설명회를 계획했지만, 국회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뒤 이를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한 자원개발업체 관계자는 "워낙 리스크가 큰 분야라 사업권을 따내고 나면 융자를 받거나 투자자를 모집해 추진하는게 관례인데 특혜의혹이 불거진 마당에 KMDC가 이를 신청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회장과 여권 핵심인사들 사이의 친분관계와 그간의 과정을 보면 사업성이 거의 없는 광구를 손쉽게 손에 넣은 뒤 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취하려 했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KMDC 측 관계자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제기되는 여러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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