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긴장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 구명로비와 관련해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내주 소환 조사키로 함에 따라 불똥이 여의도 정가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로 활동했던 박태규씨로부터 정ㆍ관계 로비와 관련한 상당한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진작부터 박씨의 로비대상으로 여야 현역의원 7~8명의 이름이 거론돼 왔다. 특히 부산저축은행의 연고지가 부산ㆍ경남 지역이라서 이 지역 출신 여권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는 물론 여야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일축하고 있다.
한나라당 중진인 A 의원은 16일 "올해 초 박씨가 2차례 전화를 걸어와 '언론인들과 저녁약속을 잡았으니 함께 하자'고 했다가 며칠 뒤 약속이 취소됐다고 하더라"며 "이외에 따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B 의원은 "최근 정치권에 도는 사설 정보지에 내 이름이 올라갔던 모양인데 나는 박씨와 일면식도 없고 전화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의 C 의원도 "전혀 모른다"며 "진실이 조속히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박씨가 나에게도 구명 로비 전화를 했지만 거절했다"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씨는 이 발언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전 원내대표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여야는 이번 사건이 코앞에 닥친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에 참여했던 한나라당 의원은 "그 동안 온갖 설이 떠돌았지만 실체가 있었느냐"며 "내가 듣기로는 '박태규 리스트'에 여당 의원 이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찰이 홍보수석이든 누구든 즉각 수사를 하면 되는데도 혐의 사실을 청와대에 통보하고 사표를 내도록 해 꼬리자르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청와대 사람들이 관여된 데 대해 국민에 사과해야 한다"고 화살을 정권 핵심부로 돌렸다.
여권 일각에서는 부산지역 의원들의 이름이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이 지역 민심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부산지역 한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가뜩이나 민심이 싸늘한 상황에서 지역의원의 연루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 미칠 파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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