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스트 박태규(71)씨가 김두우(54) 청와대 홍보수석 외에 또 다른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이 은행의 퇴출 저지를 위해 로비를 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는 지난해 4월 이후 박씨가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ㆍ구속기소) 부회장과 이 은행 구명 로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접촉할 예정이거나 접촉한 당사자들을 거론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6일 밝혔다. 당시 거명된 로비 대상은 김 수석을 비롯해 정치권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최근 들어 로비 대상자들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인사들에 대해 보강 조사를 거쳐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박씨가 이미 "부산저축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 차례에 걸쳐 1억원 상당의 현금 및 상품권을 건넸다"고 진술한 김 수석에 대해선 다음주 중 출석할 것을 통보하고 소환 날짜를 조율 중이다. 검찰은 박씨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조회해 김 수석과 지난해 4월 이후 90차례나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박씨가 김 부회장한테서 받은 로비 자금 17억원 가운데 올해 2월 말 김 부회장의 요구로 반환한 2억원, 박씨 개인금고 등에서 발견된 5억여원을 뺀 나머지 10억원 중 대부분을 로비 상대방한테 건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4~10월 10차례에 걸쳐 17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이날 구속기소됐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