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의 한 흑인 사형수가 사형 집행 직전 연방대법원의 형 집행 중지 결정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이 1995년 여자친구 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은 듀안 벅(48)의 사형 집행을 유예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이날 독극물 주사 투여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할 예정이었으나 연방대법원 결정으로 형 집행을 보류했다. AFP통신은 독방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며 기도하던 벅이 "기도가 통했다. 신의 자비가 판결을 능가했다"며 기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벅의 변호인은 "벅이 흑인이라는 점 때문에 공판 당시 배심원 사이에 인종적 편견이 작용해 사형 선고로 이어졌다"며 연방대법원에 형 집행 유예와 공판 절차 재개를 요청했다. 이에 연방대법원이 변호인의 상고를 심리하기로 결정하면서 일단 사형 집행을 중지시켰다. 그러나 유예 기간을 따로 명시하지는 않았다.
대법원 결정으로 벅이 사형을 면하면서,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텍사스주의 빈번한 사형 집행이 온건파 공화당원이나 무당파 유권자에게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열렬한 사형제 지지자인 페리는 재임 중 235명을 형장에 세워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사형을 집행한 주지사로 꼽힌다. 텍사스주에서는 올해 벌써 10명의 사형이 집행됐으며 2명의 사형 집행이 다음주에 예정돼 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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