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탁을 이유로 ‘그림 로비’를 한 혐의를 받았던 한상률(58) 전 국세청장에 대해 법원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원범)는 16일 인사 청탁을 이유로 부인 김모씨와 공모해 그림 ‘학동마을’을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게 상납한 혐의(뇌물공여)와 청장 사퇴 이후 미국 체류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주정업체로부터 고문료 명목의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공범)로 불구속 기소된 한 전 청장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만으로는 피고인이 그림 학동마을을 뇌물로 사용할 목적으로 구입했다고 추론하기에 부족하며, 당시 국세청의 인사 관행이나 특정된 뇌물 공여 시점에 이미 가장 유력한 차기 청장 후보로 입지가 공고해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이 승진의 도움을 받기 위해 전 전 청장에게 그림을 선물해야 할 동기를 갖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부인과 공모해 그림을 전달했다고 하지만, 유일한 증거인 언론 인터뷰 내용 메모만으로는 한 전 청장이 그림을 선물용으로 은밀히 구입했다거나, 부인이 그림을 전달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세청 소비세과장으로 일하던 구모씨와 공모해 주정회사들과 계약을 맺어 고문료를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자료인 구씨의 불명확한 진술만으로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굳이 피고인을 거치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으로 계약이 가능한 만큼 명확한 증거에 근거하지 않고 주정업체와 계약을 직접 맺은 구씨와 피고인과의 관계만으로 이들을 뇌물 수수의 공범관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전 청장은 무죄 선고 뒤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 “할 말 없습니다. 여전히 부끄럽습니다”라고 짧게 답했으며, 검찰은 “납득하지 못할 판결”이라고 반발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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