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부터 5시간 가량 전국적으로 예고 없이 정전사태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은행과 기업, 공장, 식당, 상가의 업무가 마비되는가 하면 곳곳에서 승강기가 멈춰 사람이 갇히고, 신호등이 꺼져 교통혼잡이 빚어졌으며, 휴대폰도 일시 먹통이 되는 등 시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관련기사 2ㆍ3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이날 "늦더위로 인한 전력 소비 급증으로 전력 예비율이 5% 미만으로 떨어져 오후 3시부터 30분 단위로 지역별 순환정전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정전은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비롯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 곳곳에서 벌어졌다. 전국적으로 180여만 가구가 정전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인천 창원 대덕 등 전국 산업단지 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공장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당초 전력 사용량을 6,400만㎾로 예상했지만 폭염으로 냉방기 사용 등이 급증하면서 전력수요가 6,726만㎾나 몰렸다. 여기에 여름철 전력피크를 지나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가 많아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한국전력 측은 전했다.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는 5시간 가까이 계속된 뒤 오후 7시56분에야 완전 정상화됐다.
전력 당국은 이날 정전을 ▦예상 못한 늦더위와 ▦발전소 정기점검 때문에 일어난 '불가피한 사고'로 규정했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방심과 안이한 자세가 초래한 인재(人災)로 비판하고 있다. 기상청 등에 의해 가을 폭염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력수요 증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채 안일하게 발전소 정기점검(예방정비)에 들어갔다가 결국 대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이날 원자력발전소 3기와 화력발전소 20기 등 총 23기의 발전소가 예방정비로 인해 가동이 멈춰 있었으며, 화력발전소 2기는 고장상태였다.
더구나 사태 발생 1시간30분이 지나서야 전국적 제한송전을 의미하는 지역별 순환정전(단전) 사실을 밝히는 등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시민 불편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식경제부와 한전, 전력거래소는 오후 4시30분 이후 전력 예비력이 안정 유지수준인 400만㎾를 넘어선 뒤에야 순환정전 사실을 뒤늦게 공개했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밤 늦게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가능한 한 발전소 정비를 조기에 완료하고 추가 전력설비를 투입, 유사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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