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하면 등산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등산하면 엄홍길 대장처럼 전문 산악인들이 연상되지요. 실제로 아웃도어 업체들은 세계 곳곳의 험준한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을 집중 후원해왔습니다.
그런데 아웃도어업체들의 모델은 거의 모두 아이돌 스타들입니다. 2년 전 탤런트 공효진ㆍ하정우를 내세워 가장 먼저 스타마케팅에 뛰어든 노스페이스는 지금 인기 그룹 빅뱅과 배우 이연희를 모델로 쓰고 있습니다. 코오롱스포츠는 십대 등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승기와 이민정을 모델로 기용했고, 아이더는 소녀시대 윤아와 이민호를 내세웠습니다. K2의 얼굴은 현빈이었다가 최근엔 원빈으로 바뀌었지요.
연초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장의 사진이 이 현상의 원인을 말해 줍니다. 이 사진은 한 아웃도어 업체 본사사장의 인터뷰 영상을 캡쳐한 것인데요, 그는 "한국은 대부분이 산지라서 다들 등산을 즐기고 우리 제품을 사랑해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사진에 달린 댓글은 "등산이 아니라 등교를 즐기는 거겠지", "한국에선 등산복이 아니라 교복이란 걸 모르는군" 등입니다.
실제로 이 회사의 패딩자켓은 지난 겨울에 '교복'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중ㆍ고 남학생들 사이에서 대유행을 했습니다. 40~50대가 등산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아웃도어 업계가 우연찮게 '블루오션'을 발견한 것이지요.
물론 극한 상황에서 견딜 수 있도록 고가의 기능성 소재로 만드는 옷의 주요 타깃을 중ㆍ고교생에게 맞추는 게 맞느냐는 비판도 많습니다. 업계 내부에서조차 매출이 늘어 좋기는 하지만, 전문가를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미지가 일반 스포츠 브랜드처럼 바뀌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이 조류에도 변화가 오는 듯합니다. CJ오쇼핑은 자체 제작 아웃도어 브랜드인 '로우알파인' 방송(18일)을 앞두고 모델을 할리우드 스타 조쉬 하트넷으로 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CJ오쇼핑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에 아이돌 모델이 넘치고 있는데 차별화하기 위해 할리우드 스타를 기용했다"면서 "하트넷은 등 영화에서 강인한 인상을 보여 준 점을 높이 샀다"고 밝혔습니다. LG패션의 라푸마도 세계적 패션 모델인 사샤 피보라로바를 올 가을ㆍ겨울 시즌 모델로 정했다고 합니다. 아이돌 일색인 아웃도어 모델 흐름에 커다란 변화바람이 이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과연 아웃도어 최상의 모델은 누구일까요? 전문 산악인일까요, 아이돌 스타일까요, 할리우드 스타일까요?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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