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검찰의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15일 오후 청와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 동안 크고 작은 사건에 연루돼 청와대 인사가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있으나 수석비서관급 참모가 조사를 받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김 수석은 이명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핵심 참모이다.
2008년 2월 현정권 출범과 함께 청와대 참모로 기용됐고, 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까지 함께 할 '순장조'로 분류됐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김 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와 처음 받은 보직은 1급인 정무2비서관이었다. '격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 돌았지만 김 수석은 묵묵히 직무를 수행했고 정무기획비서관, 메시지기획관,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지난 6월에야 비로소 차관급인 홍보수석에 올랐다.
김 수석의 사퇴 여부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은 심각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수석은 이날 오전 검찰로부터 소환 방침을 통보 받은 뒤 임태희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몇몇 수석들과 이 문제를 놓고 고심했다. 결국 사퇴로 가닥을 잡고 임 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김 수석의 사의 표명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이 대통령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수석은 박 대변인을 통해 밝힌 심경을 담은 글에서 "착잡하고 억울해 마음과 몸을 가누기 어렵다"며 "저는 이제 민간인으로 돌아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산저축은행 건과 관련해 어떤 로비를 한 적도, 금품을 받은 적도 결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역대 정권의 말기 때마다 드러난 '권력형 측근 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권력형 측근 비리는 정권의 국정운영 동력을 약화시켜 대통령의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을 앞당기기 때문이다. 만일 김 수석의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정권의 다른 실세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으로 계속 번져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수석의 사퇴는 지난 5월 이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부산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으로 사직한 뒤 4개월 만이다.
검찰의 칼날 끝이 결국 여야 정치권 전체의 비리로 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청와대 수석을 소환할 정도라면 검찰의 수사 범위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라며 "과거 정권부터 뿌리가 커온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파헤치는 것은 결국 야권 핵심 인사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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