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록히드마틴사는 8일(현지시간) "한국이 F-35전투기를 구매한다면 스텔스 기술을 이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3차 사업(FX-3)에 참여하는 반대급부로 스텔스 기술이 거론된 것은 처음이어서 향후 관련 업체간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스텔스는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고 반사하는 전파를 최소화해 눈에 띄지 않고 적진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미래형 전투기 제작의 핵심기술이다.
FX-3은 총 8조2,900억원을 들여 2016년부터 최신예 전투기 60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내년 하반기에 기종이 결정된다. F-35는 미 보잉사의 F-15SE,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경합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의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 텍사스 포트워스의 F-35생산기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한국 정부가 원하는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다. 여기에는 스텔스 기술도 당연히 포함된다"며 "앞으로 (기술 이전을) 다양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스텔스 기술은 전적으로 미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답변을 꺼리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앞서 록히드마틴의 경쟁사인 EADS는 7월 "유로파이터가 FX-3 대상자로 선정되면 전투기를 한국에서 라이선스(면허) 생산하겠다"고 제안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F-35는 미국이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8개국과 공동 개발한 전투기다. 이들 파트너 국가들은 개발비용도 일부 부담했다. 그 대가로 영국과 이탈리아는 스텔스 기체 조립기술을 전수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은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잠재적 수요자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이 스텔스 기술을 이전 받는다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스텔스 도료 기술 정도는 우리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 높은 수준의 기술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대당 1억2,000만달러(1,330억원)에 달하는 F-35의 가격 논란과 관련, 록히드마틴은 "현재 한 달에 한 대 꼴인 생산량을 2016년부터 하루 한 대로 늘릴 계획"이라며 "한국이 도입할 때쯤이면 기본 사양을 갖춘 전투기를 7,000만 달러(약 770억원) 선에서 구입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막대한 개발비용이 문제다. 현재 가격은 2007년 2억달러(2,218억원)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다. 때문에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구매를 머뭇거리고 있다.
이에 대해 록히드마틴은 "개발비용을 수요자에게 전가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총 3,000대 이상을 생산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계속 낮추겠다"고 말했다.
포트워스(텍사스)=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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