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우울증, 여자에게 더 많아… 하루 30분 햇볕 쬐면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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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부쩍 쌀쌀해졌네요. 이맘때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해요. 가을을 많이 타거든요. 일은 손에 안 잡히는데, 그렇다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디가 딱히 아픈 것도 아닌데 기분이 축 처지고 그냥 누워서 자고만 싶어져요.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휘핑크림 가득 얹고 초코시럽 뿌린 음료 한잔 마시다 보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아까운 시간들을 왜 이렇게 썩히고 있을까 싶어 답답해지기도 해요. 주위에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가을을 타냐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인데 여자인 네가 왜 분위기 잡냐고 핀잔들을 주네요. 30대 초반 직장인(경기 일산서구 주엽동)
계절에 따라 낮과 밤의 길이가 변하면 생활리듬도 자연히 거기 적응하게 되죠. 이런 변화에 기분이 유달리 크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있어요. 의학에선 '계절성 정동장애(계절성 우울증)'라고 진단하죠. 보통 사람의 약 15%가 가을이나 겨울이 되면 기분이 좀 울적해지는 걸 경험하고, 그 중 2~3%는 계절성 우울증이 돼요. 남자들이 가을을 많이 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계절성 우울증은 여자들에게 더 많이 생깁니다.
우울해지고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무기력해지는 게 계절성 우울증의 가장 두드러진 증상이에요. 일반적인 우울증과 비슷해 보이죠. 계절성 우울증이 보통 우울증과 구별되는 점은 잠과 식욕이에요. 보통 우울증에선 식욕이 떨어지지만, 계절성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많이 먹고 특히 단 음식을 찾죠. 또 보통 우울증은 불면증이 생기지만 계절성 우울증은 반대로 잠이 너무 많이 와서 하루 종일 누워 지내는 경우가 많아요.
계절성 우울증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조량의 변화 때문이라는 가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겨울철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나라들에서, 낮에 햇볕을 적게 쬐는 순환근무자들에서 많이 발생하니까요.
날이 더 추워져도 적어도 하루 30분 이상은 햇볕을 쬐세요.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만들어져 뇌에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죠. 낮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를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바꾸는 것도 도움이 돼요. 무기력한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
상담 이병철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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