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휴대폰가게를 운영하던 김모(35)씨는 7년 전 사업자금으로 은행 등에서 3억 3,000만원을 빌렸으나 운영난으로 3년 만에 가게 문을 닫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현재 일용노동으로 버는 월 200만원 중 70%를 원금과 이자 갚는 데 쓰는 그는 수년째 이어진 생활고에 지쳐 결국 온라인 카페에 장기를 팔겠다는 글을 수 차례 올렸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김씨와 같이 인터넷에 불법 장기매매 글을 상습적으로 올린 사람을 선별해 경찰청에 자료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기자가 김씨와 통화한 결과 그는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경제난으로 불법 장기매매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수사 당국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실태 파악의 근거가 되는 통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물론 관련 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받고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수사 개시조차 않고 있었다.
경찰청이 최근 이낙연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불법 장기매매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연도별 검거 건수 이외에 장기매매 수사 관련 수치를 집계하지 않고 있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준 경찰 관계자도 '이 정도로 부실할 줄은 몰랐다'며 머쓱해 했다. 경찰이 범행 수법과 추이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했다.
경찰이 밝힌 통계 또한 믿기 힘들다. 자료에 따르면 2007년 71건이었던 불법 장기매매범 검거 건수는 2008년 18건, 2009년 9건에 이어 지난해 3건을 기록하더니 올 들어(6월 현재)서는 단 1건으로 급감했다.
수치만 보면 장기매매가 근절된 것 같지만 일선의 목소리는 정반대다. 국내 불법장기매매조직을 적발한 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경제난 이후 매매가 급증해 범인들도 '손님이 늘어 일하기 좋아졌다'고 할 정도"라며 "검거 건수가 줄었다는 건 이들이 점 조직으로 운영되는 데다 병원 사회복지사와 브로커간 유착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수사 관계자는 "주로 중국 등 해외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직도 많아 수사가 쉽지는 않다"고 전했다.
게다가 경찰은 질병관리본부에서 관련 자료를 받고도 수사를 시작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질병관리본부 장기기증과는 2009년부터 온라인 장기매매 게시글을 모니터링 해 그 자료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로 넘기고 있다. 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파악된 온라인 불법장기매매 게시글은 357건으로 지난 한해 174건이 올라온 것에 비하면 급증세다. 불법으로 타인의 장기 적출ㆍ이식, 교사ㆍ알선자는 징역 2년 이상, 자신의 장기 적출ㆍ이식 시 10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청 수사과는 "신고를 받으면 각 지방청 수사본부에 지시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는 인터넷 주소인 URL 정도만 적혀있을 뿐, 수사근거 자료로는 부족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장기기증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거의 떠먹여주다시피 하는데도 추적이 힘들다고 하면 불법장기매매 문제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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