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소유자인 종중과 건물을 소유한 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일명 '뺏벌'(한국일보 8월 23일자 12면)이 일제강점기 임야조사부(林野調査簿)에 국유지로 표기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다른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다.
14일 뺏벌이주대책위에 따르면 120여 가구가 거주하는 뺏벌 토지에 대한 소유권 보존등기가 이뤄진 것은 1964년 4월 18일이지만 토지등기부에 기재해야 할 등기원인(등기가 된 근거)은 빈 칸으로 남아있다. 등기부 전산화 전인 폐쇄등기(구등기)도 마찬가지다. 도내 한 공무원은 "등기원인이 없는 등기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의아해했다.
한국전쟁으로 등기소들이 전소되자 정부는 1960년대 소유권 회복을 위한 부동산 관련 특별조치법(특조법)을 제정ㆍ시행했지만 뺏벌 토지 등기가 이뤄진 1964년은 특조법 시기도 아니었다. 임야소유권 이전등기에 관한 특조법은 1965년 제정돼 1969년 6월부터 1971년 말까지 시행됐다.
의정부시의 토지대장도 의혹을 부채질한다. 대장에는 '조사해 바로잡다'는 의미의 '사정(査正)'이란 단어가 남아 있지만 사정에 대한 근거가 없다. 대책위는 임야조사부가 작성된 '대정(大正) 6년(1917년) 10월 10일'이 사정 날짜와 똑같아 임야조사부를 토대로 등기가 이뤄졌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임야조사부의 연고지란에 종중 대표였던 이모씨 외 2인이 기재됐지만 사정 때는 이모씨 한 명만 소유자로 기록된 점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종중 측은 "조선시대 사패지(賜牌地ㆍ공을 세운 왕족이나 벼슬아치에게 왕이 하사한 논밭)이고, 등기는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에 의해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의 정보공개청구에 의정부시는 "토지대장은 등기소 자료에 근거해 작성됐고, 사정 관련 자료는 없으니 국가기록원에 문의하기 바란다"고 답했을 뿐이다.
사정의 근거를 찾기 위해 대책위는 조선총독부 관보를 뒤지는 한편, 민족문제연구소 등과 접촉 중이다. 종중 소유 다른 지역 토지들의 이력 추적에도 나설 계획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1910년대 종중 인사 가운데 조선총독부에서 일한 친일파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다방면으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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