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중국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향해 세계 경제를 위해 책임지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유럽 지원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 그의 발언에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원 총리는 이날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하계대회 개막 기조연설이 끝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을 통해 "중국은 재정 위기에 직면한 유럽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세계경제에 불안정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진ㆍ신흥경제체제 모두 성장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으면서 "각국 정부는 제대로 된 재정ㆍ화폐정책을 펼쳐 채무문제를 잘 처리하고 시장투자안전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시켜 줘야 한다"고 자구 노력을 강조했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유럽 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이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부채관리와 재정적자, 경제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3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자국 시장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를 허락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총리는 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중국의 해법에는 변함이 없으며 국제사회가 신뢰의 수준을 높여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정부가 톈진(天津)과 다롄에서 번갈아 개최하는 WEF 하계대회는 2007년 처음 열렸으며 올해가 다섯번째다. 90개국의 경제계 인사 1,7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포럼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과 지속적인 질적 성장을 주제로 16일까지 열린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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