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을 불끈 쥔 채 웃고 있는 '영웅'의 영정 사진을 보며 김택진 NC 구단주는 눈물을 흘렸고, 김경문 NC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두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은 "(최)동원이형은 내 우상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함께 뛰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결승전에서 선배가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 위에서는 본인이 최고라는 생각으로 공을 던져라'는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모친은 선 전 감독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슬픔을 억누르기도 했다. 삶마저 강속구처럼 짧고 강렬했던 고(故)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14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많은 야구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최동원은 프로야구 30년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투구를 한 투수였다"며 "앞으로도 최동원만 한 투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고인의 경남고 선배인 허 해설위원은 "지도자에 대한 열망이 강했는데 1군 감독을 못해본 게 본인으로서는 아쉬웠을 것"이라며 "하늘나라에서 (장)효조하고 함께 야구 감독을 하며 원을 풀었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 김봉연 극동대 교수도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정규시즌 일정 탓에 곧바로 빈소를 찾을 수 없는 현역 감독과 선수들은 14일과 15일에 나눠 경기가 끝난 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롯데 구단은 14일 고인을 위한 특별 추모소를 부산 사직구장 2층 자이언츠 박물관 내에 마련했다. 조문은 15일부터 가능하다.
1988년 고인과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던 김시진 넥센 감독은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저 착잡하다"며 "많은 추억들이 떠오르지만 어떤 말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시간을 좀 갖고 천천히 생각하려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최동원과 함께 일궈냈던 강병철 전 롯데 감독도 "왜 이런 안타까운 소식이 계속 들려오는지 모르겠다. 애제자의 영정 사진을 봐야 하는 내 가슴이 미어져온다"고 비통함을 전했다.
한편 추모 물결은 온라인에서도 이어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최 전 감독의 명복을 비는 추모글들이 메인 페이지를 차지했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도 하루 종일 고인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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