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의 이른바 부실대학(학자금 대출제한 대학과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 명단발표 이후 대학사회에 몰아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부 대학 총장의 보직사퇴에 이어 아예 전체 교수가 사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평가지표인 취업률 산정방식은 형평성 논란과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에 포함된 추계예술대 교수 47명은 14일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앞서 상명대 이현청 총장과 경남 진주의 한국국제대 김영식 총장이 보직사퇴를 밝힌 데 이어, 추계예술대 교수 전원이 사직하겠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추계예술대 교수들은 "정부가 예술교육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취업률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예술대학을 모욕하고 폄하하고 있다"며 "제자들을 부실대학생으로 만든 책임을 통감하며 우리의 직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이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취업률 산정방식에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취업률은 교과부가 대학을 평가한 8가지 지표 가운데 비중이 20%나 되는 중요한 평가지표다. 문제는 당해년도 졸업생 가운데 6월1일 기준으로 직장건강보험 가입여부를 따져 취업률을 산정하기 때문에 졸업생들이 프리랜서, 학원강사로 활동하는 예체능계열 대학과 재학생 충원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대학은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평가였다는 것이다.
추계예대 최모 교수는 "미대 음대 문예창작과로 이뤄진 순수예술대학이 무슨 수로 취업률 45%에 도달할 수 있겠느냐"며 "대학의 수준을 취업률로 본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미도' '공공의 적 2' 등의 시나리오를 쓴 김희재 시나리오전공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3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 시청률 40%의 대박 미니시리즈를 쓴 작가도 교과부 입장에서는 실업자"라고 꼬집었다.
졸업 후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취업이 되는 요즘 실정을 무시한 산정방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방 사립대의 한 교수는 "취업률은 그 해 졸업생을 대상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국가고시, 자격증시험 등을 위해 1~2년씩 준비하는 학생은 이후 취업이 되더라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라고 지적했다.
이런 지표 적용 때문에 재무구조가 튼튼한데도 '부실' 낙인이 찍힌 일부 지방대학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남대는 "전국 4년제 사립대학 가운데 재정건전도가 17위에 해당될 정도로 건강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고, 그동안 정부의 제재를 받은 일이 한번도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경남대 총동창회는 "불합리한 잣대로 부실대학의 오명을 씌운 데 대해 재심사를 촉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교과부 장관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결국 교과부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 대학들만 부실대학 선정에서 빠져나갔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일부 대학이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생을 단기 유급조교로 무더기 채용하거나 산학협력업체에 직원으로 등록시키는 등 편법을 공공연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취업률은 대학의 자율공시 항목이기 때문에 허위로 부풀렸어도 사후 실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잡아낼 수 없다"며 "최근 퇴출계고를 받은 명신대와 성화대의 경우도 취업률이 50%가 넘는다고 공시했는데 이를 누가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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