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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명절 연휴 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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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명절 연휴 트래픽

입력
2011.09.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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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퍼센트 세계와 99퍼센트 세계

유대의 선택된 사람들에게만 전해져 왔던 비밀의 가르침을 기록한 것이라 일컬어지는 카발라는 우리의 현실이 장막에 의해 두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고 말한다. 카발라는 그 두 영역을 각각 1퍼센트와 99퍼센트라고 이름 붙인다. 1퍼센트 영역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물리적 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창조물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오감을 통해 인지하는 것만을 포함한다. 장막의 다른 쪽에는 99퍼센트, 즉 우리 현실 대부분을 포함하는 영역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카발라는 1퍼센트 영역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측면을 일깨워준다. 즉 우리가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고, 보고, 들을 수 있는 1퍼센트의 물리적 현실에서는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우리 삶을 느닷없이 기습하는 성가신 것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그럴 때 '갑자기'증상이라고 불리는 것에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 명절 이혼

언제부턴가 '명절 이혼'이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명절이 되면 부부 갈등이 폭발하는 일이 잦다고 한다. 가족 친지가 즐겁게 모여 시간을 갖는 명절연휴이지만, 명절만 되면 가사 노동 스트레스와 집안 간 갈등으로 인해 '이혼'이라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마도 장막의 다른 쪽 99퍼센트 속에 있던 현실, 오랜만에 만나는 시댁식구, 가족, 친지 들이 1퍼센트의 물리적 현실이 되면서 우리 삶을 느닷없이 기습하는 성가신 일들이 생겨난 듯하다. 그래서 '갑자기'증상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 교통 대란

올해 한가위 명절 연휴기간 동안 고속도로 교통량이 전년대비 약 6.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로공사는 9일부터 12일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376만대로 전년보다 약 6.5%가 늘었다고 한다. 특히 추석 당일은 성묘차량 및 귀경차량의 집중으로 인해 역대 최대교통량인 462만대를 기록했다. 명절만 되면 전국의 고속도로는 늘 몸살을 앓게 되고 역대 최대교통량을 새롭게 세우게 될 것이다. 어떤 새로운 교통시스템이 갑자기 등장하고 성묘와 차례지내는 문화가 갑자기 바뀌게 되기까진 되풀이 될 일이다.

# 스마트 폰 트래픽

스마트폰 가입자가 1,500만 명에 이르면서 데이터 트래픽 폭발의 우려가 커졌고 최근 이동통신망의 잇단 불통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통신사들은 네트워크 용량 증설 및 모니터링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한다. 이제 명절연휴가 되면 각 통신회사들은 고객 서비스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상황들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고 한다. 명절연휴 기간에 음성 통화, 문자, 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기에 네트워크 집중 관리에 많은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명절이 되면 고객 서비스에 각별한 공을 들이게 된다.

# 마음의 트래픽

그러나 정말 '갑자기'라는 것이 있는가? 카발라는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어떤 '갑작스런' 일이라도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숨겨진 원인이 항상 앞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명절이면 온 나라에서 여러 증상이 일어나 뉴스가 된다. 고속도로도 항공도 기차도 통신도 모두 트래픽을 겪게 된다. 명절이면 우리 마음의 트래픽도 심각해진다. 고속도로나 통신의 트래픽에서 생기는 '갑자기'증상도 조심해야하지만, 우리 마음의 트래픽에서 언제든 생겨나는 '갑자기'증상을 늘 경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미디어아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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