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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 공기업 낙하산 절정… MB캠프 출신, D등급 받고도 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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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말기 공기업 낙하산 절정… MB캠프 출신, D등급 받고도 연임

입력
2011.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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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지난달 중순 허증주 경북대 교수가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뒤, 한나라당 소속 모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허 이사장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기후변화ㆍ에너지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았다가 인천시 공무원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도 사퇴했고, 2009년 KT 사외이사 임명 때도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의원은 "정통 에너지 전문가도 아닌 그의 내정설이 퍼지면서 이사장 공모 절차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면서 "여당 의원인 나조차도 허 이사장이 왜 중용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공기업ㆍ공공기관 인사 난맥상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무엇보다 수없이 강조해 온 인사의 기준과 원칙을 스스로 내팽개치고 있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최근 조춘구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올해 기관장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매립지 조성을 둘러싼 갈등 해결의 적임자"라는 이유에서다. 1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연임에 성공한 조 사장은 이명박 대선캠프에서 직능정책본부장을 맡은 인물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경영실적이 아주 우수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공기업 사장은 단임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경부는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1위를 한 남호기 남부발전 사장은 교체키로 한 반면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과 장도수 남동발전 사장은 연임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경영 성과와 노사관계 증진을 이유로 들지만 이를 수긍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

관가에선 특히 이번 동서ㆍ남동발전 사장의 연임 결정을 두고 '영남대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TK출신에다 김명식 청와대 인사비서관과 영남대 동문인데, 경영평가 노사관계 업무 청렴도 등에서 남부발전에 뒤지고서도 연임하게 된 것이 결국은 영남대 출신이 현 정부 들어 핵심 요직에 오르는 일이 잦아진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추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한나라당 조직국장 출신으로 최근 기업은행이 100% 출자한 IBK신용정보 부사장으로 선임된 류명열씨도 영남대 출신이다.

금융공기업 쪽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 5일 박흥신 전 청와대 정책홍보비서관이 주택금융공사 감사로 선임된 데 이어 이튿날에는 이상목 전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예금보험공사의 감사로 취임하는 등 '개국공신'에 대한 보은인사가 한창이다. 특히 이상목 감사의 경우 지난 6월 기업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비난여론 때문에 물러선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전 과정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주도면밀함까지 보였다.

최근 임명된 윤영대 한국조폐공사 사장,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을 두고는 '올드보이의 귀환'이란 비아냥이 나온다. 이미 공직을 떠난 지 10년도 넘은 재무관료 출신들의 재등장을 이명박 대선 캠프의 상임특별보좌역(윤영대 사장)을 맡았던 데 따른 보은, 과거 김대기 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직속상관(김정국 이사장) 등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처럼 원칙과 기준이 무시되고 학연과 지연과 인연이 우선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공모 제도도 유명무실화하고 있다. 특정인사 내정설이 퍼지면서 흥행이 안되고 있는 것. 2008년 22명이 몰렸던 한국전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남다른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거론되는가 싶더니 결국 3명만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KOTRA는 2008년 49명에서 9명으로, 에너지관리공단도 12명에서 4명으로 각각 지원자 수가 급감했다. 모두 특정인사 내정설이 파다했던 탓이다.

사회공공연구소 관계자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대해 국민이 불신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전문성과 무관하게 권력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통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민의식의 확산이란 측면에서 보면 낙하산ㆍ보은인사 관행은 심각한 사회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박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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