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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안전 교육" 기사들이 학교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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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 안전 교육" 기사들이 학교 열었다

입력
2011.09.1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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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는 신용불량자 등 어려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대리기사 처우나 보호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교육하자는 것입니다."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건물 지하 2층에 국내 최초로 '대리운전기사 사관학교'가 문을 연다. 특수고용직이라 4대보험의 혜택을 못 받고, 폭행과 폭언 위험에 노출돼 있는 대리기사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대리기사 사관학교다.

현재 국내 대리기사는 약 10만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술 취한 손님들의 행패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대리기사가 부지기수다. 대리기사인 A씨는 "지난해 겨울 연신내에서 강남으로 태워다 준 손님이 요금으로 1,000원을 줘 실랑이를 벌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손님한테 경찰이 올 때까지 20분 동안 길바닥에서 맞았다"며 "그후 술 취한 손님만 보면 겁이난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A씨는 당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대리기사의 설움은 폭행뿐만이 아니다. 대리운전 중 손님의 차에 치여 숨진 '이동국 대리기사 사망 사건'(한국일보 2010년 7월 20일 보도)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생계가 어려워 2년 전에 대리운전을 시작한 정수민(38)씨는 이런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인 다음 아고라 등에 대리기사 사망사건을 적극 알리고 추모 카페를 만들었다. 그 덕에 이씨의 죽음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대리기사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사회적 여론이 일었다.

정씨는 대리기사 문제를 근원적으로 치유하기 위해선 대리기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보고 사관학교 개설에 들어갔다. 정씨는 "우리 사회는 유독 대리기사에 대한 편견과 차별 심한 것 같다"며 "대리기사들이 사회적으로 재도약 할 수 있도록 전문 교육기관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평균 10년 경력의 베테랑 대리기사 4명으로 강사진을 구성했다. 이들은 대리기사 사관학교에서 안전한 고속 운전법과 손님의 폭행에 대처하는 법, 긴급상황 시 응급구조법, 콜회사의 저가 요금 남발에 맞설 수 있는 방법 등 15개의 강의를 마련해 하루에 2시간씩 주 3회, 3개월 과정으로 교육을 할 계획이다. 대리기사들이 주로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인 '밤이슬을 맞으며', '달빛 기사 카페'등에 올라온 대리기사들의 노하우도 활용된다.

대리기사 10년차로 강사로 나선 유병식(45)씨는 "대리기사들이 옷을 양복 정장으로 바꿔 입는 것만으로도 손님들의 행패를 90% 이상 피할 수 있고, 여자 손님들도 안심시킬 수 있다"며 "대리기사가 말끔하게 입으면 손님들이 얕잡아 보지 않고 신뢰도 쌓인다"고 조언했다. 강의에는 또 도로교통공단 관계자와 현직 레이서 등 외부 강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정씨는 "수강료는 30만원 정도인데 앞으로는 이를 낮춰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하고 싶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업인 만큼 정부 지원을 받아 강의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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